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장애 차별 말라 배웠고, 우린 재활학 박사부부 됐죠”

알림

“장애 차별 말라 배웠고, 우린 재활학 박사부부 됐죠”

입력
2017.02.15 15:32
0 0

민솔희씨, 남편 박종균씨에 이어

나사렛대서 박사 학위 받아

14일 충남 천안 나사렛대에서 재활학 박사학위를 받은 민솔희(왼쪽)씨가 앞서 2014년 이 학교에서 같은 학위를 받은 남편 박종균씨와 학위 수여식 후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내 첫 재활학박사 부부가 된 이들은 “자신들보다 더 힘든 이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고 했다. 나사렛대 제공
14일 충남 천안 나사렛대에서 재활학 박사학위를 받은 민솔희(왼쪽)씨가 앞서 2014년 이 학교에서 같은 학위를 받은 남편 박종균씨와 학위 수여식 후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내 첫 재활학박사 부부가 된 이들은 “자신들보다 더 힘든 이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고 했다. 나사렛대 제공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하는 10살 연상 남자와 결혼한다고 하니 색안경을 끼고 보는 주변 사람도 있었죠. 심지어 욕까지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 부부는 역시 운명이었나봐요. 우리가 국내 첫 재활학 박사 부부라잖아요.”

14일 충남 천안 나사렛대의 제60회 학위 수여식에서 ‘인권 패러다임 관점의 장애인 체육활동 모형 개발’논문으로 재활학 박사학위를 받은 민솔희(42)씨. 민씨는 “남편과 같은 방향을 보며 서로 밀고 끌면서 함께 힘이 됐다”며 “같은 연구의 길을 걷게 돼 미래가 기대된다”며 기뻐했다. 앞서 남편 박종균(52)씨는 지난 2014년 이 대학에서 같은 학위를 받았다. 국내에서 첫 ‘재활학박사 부부’가 나온 순간이다.

두 사람은 2008년 충북 충주 생활체육클럽에서 활동하던 부인 민씨가 남편인 박씨가 속한 휠체어 장애인운동팀원들과 함께 운동을 하면서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초혼에 실패한 아픔이 있었기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휠체어 팀원들이 딸과 친하게 지낸다는 말을 전해들은 민씨의 어머니는 이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팀원들 가운데 유난히 밝은 성격의 박씨를 본 어머니는 “장애가 있지만 사람이 바르고 강해 너의 기둥이 될 것 같다”며 남편감으로 추천했다.

여느 부모 같았으면 몸이 성한 딸이 중증장애를 가진 사람을 남편감으로 반대 했을 법했지만, 어머니는 딸에게“너는 그 사람의 손발이 되어주고 그 사람은 너에게 마음의 의지가 되어 잘 살 것 같다”며 성원했다.

어머니의 후원에 힘입은 두 사람은 공개연애를 선언하고 이듬해 5월 결혼했다. 민씨는 남편과의 부부 인연은 어머니의 사랑과 운명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로부터 성별과 장애 여부와 관계 없이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장애에 대한 편견도 갖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어요. 남편과 만남은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부부는 호구지책으로 카페 창업을 검토했지만 사정은 녹록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오랜 생각 끝에 함께 공부를 더 하기로 결정하고 천안으로 이사했다.

1991년 26세 때 탄광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박씨가 먼저 나사렛대 재활복지대학원 장애인복지학 전공에 입학했다. 석사를 거쳐 2014년 ‘척수 장애인의 사회복귀를 위한 한국형 전환재활 시스템(TRS) 모형 개발’이라는 박사학위 논문심사를 통과했다.

민씨는 “남편과 같은 분야를 공부하다 보니 대화와 소통이 잘됐다”며 “연구 주제와 사업 아이디어는 물론 세미나 등에서 토론주제로 나올 법한 내용도 대화를 통해 협의한다”고 말했다.

부부는 조만간 장애인으로 살면서 겪어온 재활, 장애인 체육, 여행과 여가, 인권 등의 내용을 담은 홈페이지를 개설, 운영할 계획이다.

글ㆍ사진 천안=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