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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에 멜론, 바나나… 국산 과일 농가 ‘깊은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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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에 멜론, 바나나… 국산 과일 농가 ‘깊은 한숨’

입력
2017.10.0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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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줄고 ‘김영란법’ 여파로 어려움

품종 개량ㆍ학교 간식 유통 등 대안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주부 김모(59)씨는 올 추석 차례상에 멜론을 올리기로 했다. 예년처럼 9월에 맞이하는 이른 추석 때는 여름 과일 수박과 가을 과일 사과, 배 등을 함께 놓았지만 올해 추석이 다소 늦어 수박을 올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수박 대체제로 낙점된 건 멜론. 1통에 8,000원 정도라 가격도 싸고 가족들 입맛에 익숙한 과일이라는 게 김씨 설명이다. 김씨는 “차례상에 가족들이 좋아하고 잘 먹는 음식 위주로 올리는 편이라 멜론, 바나나 등 수입 과일도 자주 올린다”고 말했다.

국민들 입맛에 익숙해진 수입 과일이 어느덧 한가위 차례상에도 한 자리를 차지할 만큼 위상을 키우고 있다. 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초 소비자 5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김씨처럼 차례상에 수입 과일을 올린다는 소비자는 20%에 달했다.

관세가 낮아지고 국민들의 입맛도 다양해진 결과지만, 토종 과일을 생산해온 농가들은 속절없이 수입과일에 지분을 내주고 있는 형국이다.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해서라도 국산 과일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정책 지원이 요구되는 이유다.

수입 과일은 최근 부쩍 수입량이 늘어난데다 종류도 열대 과일까지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분석 결과, 지난해 과일 수입액은 17억1,000만달러로 2000년(3억5,000만달러)과 비교해 5배 가까이 증가했다. 품목별로 보면 바나나(19.2%) 오렌지(12.9%) 포도(8.5%) 체리(7.3%) 과실ㆍ견과류(5.1%) 등의 수입 증가율이 높았다. 상위권 10위 품목 중 체리, 망고(2.7%)는 2000년엔 10위권 밖에 있던 품목들이다. 최근 ‘슈퍼푸드(영양소가 풍부하고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식품)’로 떠오른 아보카도 역시 수입량(2,915톤ㆍ2016년 기준)이 6년 새 6배 증가하기도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제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제공

수입 과일이 국내 시장에서 비교 우위를 갖는 건 섭취의 ‘편리성’ 때문이다. 이는 1인가구 증가, 핵가족화, 여성 경제활동 증가 등 사회인구학적 변화와 궤를 같이 한다. 6대 국산 과일(사과 배 복숭아 포도 감귤 단감) 대부분은 껍질을 깎아 잘라 먹는 형태다. 박미성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과일과채관측팀장은 “배는 4인 가족 정도가 나눠먹기도 부담스러운 크기로 생산되고 있다. 이에 반해 수입 과일들은 같은 포도라도 껍질 채 먹는 등 섭취가 편리하고 당도도 높아 현대인의 삶에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농가들은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ㆍ2004년 체결) 등을 계기로 싼 값에 밀려들어오는 수입 과일에 대항하기 위해 품질 향상에 주력해 왔지만 소비 부진,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여파로 맥을 못 추고 있다. 박연순 한국과수연합회 상무는 “FTA 체결 이후 품질 향상으로 수입 과일과 경쟁하도록 정부가 장려해 왔는데, 이제는 김영란법 가액 한도 5만원에 맞추라고 하니 외려 상품의 질을 떨어뜨리라는 것 아니겠냐”고 토로했다.

결국 수입 과일과 경쟁하려면 소비자 입맛과 관심을 다시 ‘신토불이’로 돌려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크기는 작고 당도는 높아 1인 가구에 적합한 ‘애플수박’처럼 사과, 배 등도 수요에 맞춰 적극적으로 품종 개량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언급한 학교 과일 간식 사업도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한 효과적인 유통 채널로 관심 받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정이 아니라 학교 등에서 정기적으로 과일을 소비하는 제도가 정착하면, 수입 과일이 늘어도 농가들이 버틸 수 있는 방파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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