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과탐 출제위원 41% 차지 등, 서울대 출신이 규정 최대치까지
위계로 얽혀 이의 제기 불가능, 폐쇄적 출제방식 오류의 주범으로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 탐구 영역은 34명의 출제위원 가운데 14명(41.2%)이 서울대 출신이었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출제위원 선정 과정에서 ‘학맥 카르텔’의 폐해가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해 특정 대학 출신 비율을 ‘5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10여년 전인 2004학년도 수능 국어 과목에서 사상 첫 출제 오류가 발생하자 출제위원 구성의 다양화를 꾀하겠다며 만든 규정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규정 허용 범위의 최대치만큼 서울대 출신들이 출제위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 수능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학년도 수능 출제위원 중 서울대 출신은 과학탐구에서 41.2%, 사회탐구에서 31%(42명 중 13명), 국어 영역에서 30.6%(36명 중 11명)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학년도 수능 때도 서울대 출신 출제위원은 과학탐구 12명(35%), 사회탐구 14명(33%)이었다. 최근 3년간 수능에서 직업탐구와 제2외국어 영역을 제외한 주요 과목의 서울대 출신 출제위원 비율은 20~44% 수준이었다.
결국 지난해 2개 문항에서 복수정답이 인정된 사상 초유의 수능 출제 오류 사태는 이 같은 관행적ㆍ폐쇄적 문제 출제 방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2008~2011학년도 수능 때는 서울대 편중 현상이 더욱 심각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사회탐구의 경제 과목은 출제위원 4명 모두 서울대 출신이었고, 과학ㆍ사회 탐구 7개 과목 출제위원의 62.5~100%가 서울대 동문이었다. 또한 최근 3년간 수능 출제위원장ㆍ출제부위원장ㆍ평가위원장 등 수능 관련 위원장단 30명 중 19명, 최근 10년 간의 출제위원장 10명 중 9명이 서울대 출신이었다.
출제위원들은 문제 출제를 위해 한 달간 합숙 하지만, 문제지 배송 기간 등을 빼면 실제 출제 기간은 2주 정도에 불과하다. 이 기간 동안 기출문제ㆍ시중 문제집과의 유사성을 파악하고, 문제의 교육과정 준수 여부와 EBS 교재 연계율(70%) 등도 검토해야 한다.
한 교사 출신 출제위원은 “문제가 교육과정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고 이의를 제기한 적이 있는데 대학 선후배 관계인 출제위원들이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넘어가자고 했고, 나중에는 이상한 사람 취급을 했다”며 “검토위원의 경우 문제를 검토하고 서명을 해야 하는데 문제 출제자가 지도 교수인 점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 이의제기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문제 출제 기간이 촉박하고 출제위원들이 인맥과 위계 관계로 얽힌 ‘학맥 카르텔’을 형성해 오류가 있어도 걸러지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실제 2008학년도 이후 수능에서 발견된 5건의 오류 중 4건은 서울대 출신이 특히 많은 과학ㆍ사회 탐구 영역에서 발생했다.
이 때문에 평가원도 2004년 3월 ‘수능 출제 개선안’을 내놓으며 특정 학교의 출제위원 비율을 40% 이내로 제한하고, 인력 풀도 다양화하겠다고 밝혔었지만 이후 출제위원 선정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제한 규정은 오히려 ‘50% 이내’로 완화됐다. 이에 대해 평가원 관계자는 “특정 과목에 대해서는 서울대 출신을 최대 50%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고, 전체 규모는 20% 수준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안민석 의원은 “평가원이 개선을 약속했으면서도 관행적이고 폐쇄적인 출제방식을 고집해 출제 오류를 가져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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