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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0년새 공부시간 2배로… 열공하는 취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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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0년새 공부시간 2배로… 열공하는 취준생

입력
2017.10.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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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후에도 하루 3시간 25분

여가시간은 1시간 12분 줄어

기업 공채 난이도 상승 등 영향

청년구직 10명중 4명이 공시생

지난 2월 서울 신촌의 한 사립대를 졸업한 이모(25)씨는 졸업 후에도 매일 2시간씩 외국어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국제 회의 기획에 관심이 많은 이씨는 컨벤션 업계에 취업하기 위해 매일 오전 전공인 독일어와 영어 공부를 한 뒤 오후에는 10월 중 있는 컨벤션기획사 자격증 실기 시험 대비를 위해 2시간 더 책상 앞을 지키고 있다. 이씨는 “지난 3월부터 6개월간 매주 월ㆍ수ㆍ금 3시간씩 학원에서 컨벤션 기획 교육 과정을 수강했다”라며 “많지 않은 기회를 잡기 위해 항상 준비가 돼 있어야 해 학교를 졸업해도 공부할 것이 오히려 많아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팍팍한 취업 시장에 졸업한 뒤에도 아직 직장을 갖지 못한 이들이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이 10년 새 두 배나 증가했다. 면접의 기회를 잡기 위한 스펙 쌓기와 해가 갈수록 심화하는 공시생(공무원시험준비생) 증가 현상 등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9일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리뷰 10월호에 실린 ‘청년층 학습시간 관리행태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 중 졸업생 미취업 그룹의 2014년 평일 학습 시간은 3시간25분으로 10년 전인 2004년 1시간45분에 비해 두 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학습시간의 70% 가량을 취업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재학생 미취업 그룹의 학습 시간도 2004년 4시간43분에서 2014년 5시간25분으로 40분 가량 늘어났다. 이번 보고서는 통계청이 2004ㆍ2009ㆍ2014년 전국 약 1만2,000가구를 대상으로 한 생활시간조사에서 청년층(만15~29세) 중 중ㆍ고등학교 재학생을 제외한 뒤 분석했다.

늘어난 학습 시간만큼 여가 시간(교제 활동ㆍ대중매체 보기 등)은 확연하게 줄었다. 졸업생 미취업 그룹의 평일 여가 시간은 2004년 6시간에서 2014년 4시간48분으로 1시간12분이나 줄었다. 재학생 미취업 그룹 역시 5시간22분(2004년)에서 4시간9분(2014년)으로 1시간13분 줄어들었다.

이 같은 학습시간 증가는 극심한 취업난과 더불어 최근 급증하고 있는 공시생, 그리고 기업 공채의 난이도 상승과 연관이 깊다. 보고서에 따르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청년층 중 일반직 공무원ㆍ5급 공채ㆍ임용고시 등을 준비하는 공시생의 수는 2008년 29만8,000명에서 지난해 41만6,000명으로 39.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청년층 취업준비생이 104만6,000명이니 10명 중 4명 꼴이다. 정현상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안정적인 직업을 찾는 경향이 심화하면서 시험준비를 하는 청년층이 늘어 학습시간이 증가했다”라며 “청년 노동시장의 초과공급으로 기업들이 더 나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면접과 시험 과정을 객관화한 것도 청년들의 스펙 쌓기를 위한 시간을 더 쓰게 하는 데 영향을 줬다”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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