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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학이 비교육적 시장주의자에 맡겨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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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학이 비교육적 시장주의자에 맡겨지면

입력
2015.04.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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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를 발표한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사퇴를 발표한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용성 중앙대 재단이사장이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 막말 파문으로 이사장직을 사퇴했다. 그는 “중앙대와 관련해 빚어진 사태에 대해 이사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중앙대 관련 보직은 물론 두산중공업 회장,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등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박 이사장이 최근 학과제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쳐줄 것”이라는 등의 시정잡배식 막말로 위협한 것이 직접 계기가 됐다. 그는 나아가 학교 비대위를 변기를 뜻하는 ‘Bidet委(비데위)’로 표현하는가 하면, “그들을 꽃 가마에 태워 복귀시키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게 해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는 등 노골적인 인사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중앙대는 최근 학과나 전공별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식을 단과대나 계열별 정원으로 바꾸는 구조개혁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박 이사장의 주도로 만든 이 개혁안에 교수와 학생 대부분이 “취업이 잘 되는 전공에 쏠림 현상이 심화, 기초학문 고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중앙대는 2008년 박 이사장의 인수 이후 수 차례 일방적인 학과 구조조정으로 홍역을 치르면서 ‘기업식 구조조정’이니 ‘두산대’니 하는 비아냥을 들었다. 그는 “대학은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직업교육소여야 한다”는 등 대학의 존재의의를 근본적으로 왜곡하는 발언으로 끊임없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급기야 이번 일로 그의 교육관이 나름 진지한 성찰이나 철학의 결과물이 아닌, 단지 교육자로서 최소한의 품격과 자질조차 못 갖춘 바탕에서 비롯된 것임을 여지없이 드러내 보였다. 최근에는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얽힌 비리의 연결고리로도 의혹을 사고 있다. 중앙대를 둘러싼 수년 간의 진통은 전통 있는 대학조차 시대변화 반영수준을 넘어 아예 철학 없는 시장주의자에게 통째로 내맡겨질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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