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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인 칼럼] 정책 청문회를 기대한다

입력
2016.08.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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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ㆍ해운 구조조정 정책결정이 표적

천문학적 지원금 용도부터 명백해져야

국책은행 자본확충안 실효성 재검증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가 오는 8일과 9일 양일에 걸쳐 열린다. 이번 청문회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수십 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고도 성과가 거의 없는 이유를 찾아내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정책 청문회가 되어야 한다.

물론 이틀간의 청문회로 이런 정책 청문회가 가능할지 또 정책 결정에 최종적 책임이 있는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경제수석의 증언 없이 진상 규명이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만약 증인으로 채택된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마저 출석하지 않는다면, 최경환 의원과 안종범 수석의 증인 채택과 출석이 꼭 필요할 것이다.

이런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국책은행이 주도하는 구조조정 정책의 폐해를 고스란히 드러낸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정책과 그 과정을 이번 기회에 명백히 밝혀야만 한다. 이런 방식의 구조조정 정책이 반복되면, 관치금융과 우리사회 기득권층의 지대 추구가 심화, 국가경제를 위기로 내몰 것이기 때문이다.

연석청문회가 바람직한 정책청문회가 되기 위해 여야가 반드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먼저, 청와대, 경제부처, 산업은행이 자신들의 사익추구 수단으로 산업은행 자회사들의 인사 문제에 개입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공기업이 정치권과 관료의 사익추구 수단으로 전락하는 본질적 문제를 뒤로 한 채, 검찰에서 조사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관련자들의 비리 문제에 청문회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 검찰에서 조사가 진행 중일 뿐 아니라, 구조조정 정책에 대한 청문회의 초점을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비리 문제로 축소시킬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청문회에서 반드시 규명해야 할 게 있다. 2013년 국책은행 주도의 자율협약이 시작된 이후부터 올해 5월 법정관리 신청 이전까지 STX해양조선에 4조5,000억원의 자금지원이 이뤄졌으며, 2015년 이후 대우조선해양에는 4조2,000억원이 추가 지원되었다. 그런데 이 지원금의 대부분은 국책은행이나 특수은행의 손실로 처리될 개연성이 높고, 이들 은행의 손실은 결국 국민세금으로 충당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천문학적 지원금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가 규명되어야 한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에 지원된 자금은 주로 높은 용선료 지급에 사용되었고, STX해양조선과 대우조선해양에 지원된 자금은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변제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결국 법정관리로 갔더라면 외국의 선주나 국내 재벌 금융계열사들이 입었을 손실을 국민의 혈세로 보전해 준 꼴이다. 이 의혹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

법정관리로 가지 않고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을 통해 기업이 회생할 수 있다고 판단한 정책적 근거도 규명해야 할 핵심이다. 앞서 언급한 4개 기업에 대해 자율협약 시작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도 회생 가능성을 믿는 전문가는 드물다. 특히 민간 상업은행들이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더 이상 대출을 하지 않겠다고 떠날 때, 국책은행이 무슨 근거로 자율협약을 통한 자금지원을 결정했는지, 또 그런 의사 결정이 정치적 판단에서 나왔거나 책임을 다음 정권에 떠넘기려는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한 건 아닌지 밝혀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서별관회의에서 최종적 의사결정을 한 근거를 제시해야만 한다.

6월에 발표된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의 실효성 역시 재검증해야 한다. 12조원에 달하는 자본확충 방안은 조선 3사의 향후 수주 실적과 자산 매각 전망에 근거했다. 그러나 이미 이런 전망이 비현실적일 개연성이 커지고 있어 정부의 플랜 B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야만 한다. 그래야 무책임한 현실 모면과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다.

제대로 된 정책 청문회를 통해 정부와 고위층 감싸기에만 급급한 여당이나 고함만 지르는 야당이라는 프레임을 깨고, 국회가 국민적 의혹을 풀어 국민신뢰를 회복하길 기대한다.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ㆍ시장과 정부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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