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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고가, 제 임무 끝내고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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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고가, 제 임무 끝내고 역사 속으로

입력
2015.12.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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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 45년 만에 폐쇄

산업화 시대 지탱 역할 수행

박원순 시장 “우회노선 등 대책 강구 주변 지역 보행친화도시 한축으로”

첫날은 휴일이라 차량 흐름 원활

일부 운전자는 통행 차단에 우왕좌왕

오늘 출퇴근길 교통 정체 우려도

13일 0시부터 서울 중구 서울역 고가도로가 안전 문제로 폐쇄돼 차량들이 우회하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13일 0시부터 서울 중구 서울역 고가도로가 안전 문제로 폐쇄돼 차량들이 우회하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13일 오후 2시40분 서울역 고가도로를 넘어 가기 위해 퇴계로 1차선으로 주행하던 노모(58)씨는 고가 진입로 50여m 앞에서 원통모양의 주황색 장애물과 차선변경 화살표를 보고 급히 속도를 줄였다. 진입로를 가로 막고 있는 철제 시설물 위에는 ‘서울역 고가 폐쇄(12월 13일부터)’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평소 고가를 가득 메우고 있던 차량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서울역 뒤쪽 주차장으로 가려다 길을 잃은 노씨는 “언론을 통해 서울역 고가가 폐쇄된다는 건 알았지만 오늘부터인지 몰랐다. 갈 길이 급하다”며 서둘러 차를 움직였다.

서울역을 가운데 두고 남대문시장과 만리동ㆍ청파동ㆍ서계동 일대를 이어주던 서울역 고가가 이날 0시부로 기능을 잃었다. 1970년 8월 15일 개통한 지 45년 만이다. 고가 폐쇄를 꾸준히 홍보하고 통행 중단 첫날이 일요일이었기 때문인지 극심한 교통 정체는 없었다. 고가 폐쇄 사실을 모르고 차를 끌고 나섰다가 길이 막힌 운전자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간간히 눈에 띌 뿐이었다.

서울시는 전날 오후 9시부터 우회차로에서 교통 흐름을 방해할 수 있는 주ㆍ정차 차량들을 옮기도록 하는 등 만반의 채비를 갖췄다. 폐쇄 시간인 자정이 다가오자 시 공무원과 경찰, 모범 운전자들은 합세해 호루라기를 불며 차량을 우회시키기 시작했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0시가 되자 진입로 입구에는 바리케이트가 쳐졌고, 차선변경 화살표 지시등에 일제히 불이 들어왔다.

공사 점검 차 전날 11시50분쯤 고가 폐쇄 현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의 중심에서 산업화 시대를 지탱해 온 서울역 고가가 역할을 다 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선언했다. 그는 “고가 주변 지역을 시가 추진하고 있는 보행친화도시의 한 축으로 만들겠다”며 “(교통대책으로) 우회 노선 신설이나 지하철 연장 운행 등 여러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1~2월 중 이 지역 일대의 종합개발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박 시장의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 방침 발표 이후 우여곡절 끝에 폐쇄 조치가 이뤄졌지만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고가와 맞닿아 있는 남대문시장 옆 도로변에는 ‘상권 축소’를 규탄하는 상인들의 격앙된 분위기가 현수막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남대문시장의 한 상인은 “안 그래도 복잡한 길인데 추가로 길을 내기는커녕 고가를 차단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교통이 복잡해지면 관광객이나 나들이객이 줄어 살기 더 힘들 것 같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 노점상도 “청계천처럼 공원이 제대로 완성되기 전까지는 손님이 줄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고가 반대편의 서계동과 만리동 주민들은 쾌적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기대 속에 폐쇄를 반기는 눈치였다. 특히 영세 봉제공장들이 밀집돼 있는 탓에 오랫동안 낙후지역으로 손꼽혔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재개발의 희망을 말하는 주민도 적지 않았다. 서계동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김모(53)씨는 “서계동 인근은 고가를 지나는 통행권이어서 상권이랄 게 없었다”며 “서울역 뒤편의 쓰레기장이 없어지고 녹지가 생기면 찾는 사람이 늘어나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만리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유동인구 유입과 환경 개선에 따른 기대 효과로 일찌감치 부동산 가격이 들썩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물론 고가 폐쇄가 박 시장의 업적으로 남을 성공적인 행정 사례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평일 출근길 교통 정체 우려도 아직은 남아 있다. 용산구 갈월동에서 명동의 회사로 출근하는 회사원 현모(36)씨는 “교통 정체가 걱정돼 주말에 시험삼아 우회로를 따라 운전해 봤더니 일단 시청 설명대로 6,7분가량 더 걸렸다”며 “그러나 평소 주중에 염천교 쪽이 원래 차가 많이 밀리는 곳이라 14일 출근길이 사실상 폐쇄 여파를 가늠할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교통혼잡 최소화를 위해 퇴계로~통일로 간 직진차로 등 우회도로를 신설하고, 공덕오거리~서울역~남대문시장을 오가는 순환버스 8001번을 포함해 7개 버스 노선을 신설ㆍ변경했다. 또 14일부터 일주일간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을 매일 42회 증편 운행하고 시 공무원 700여명을 투입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점검할 방침이다. 고가 바닥판 철거 공사는 내년 4월 완료된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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