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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한국인 행복지수, 왜 내려갈까

입력
2016.01.1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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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매년 ‘세계행복지수’를 발표한다. 2015년 한국은 158개 국가 중 47위였다. 2013년에 최고 41위를 도달한 뒤로 2년 연속 하락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 꼴찌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더 놀라운 건 러시아가 64위로 순위가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었다.

보통 국민이 불행의 이유에 대해 경제를 탓하는 사람들이 많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꼭 그렇지 않다고 본다. 특히 한국 경우는 이 논리를 적용하기 힘들다. 다시 통계를 보자. 2008년 금융 위기가 터져서 전 세계를 비롯 한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2년 이후인 2010년에 한국은 위기를 빨리 극복한 나라라고 꼽혔다. 2011년부터 꾸준한 경제 성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행복지수가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경우에도 경제와 국민의 행복은 별로 관련성이 없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석유가격 상승해 ‘오일 머니’를 가장 많이 벌어들였던 2004~2008년 동안 러시아 경제성장률은 사상 최고의 기록을 자랑했다. 그런데 2006년 유엔 행복지수를 보면 러시아는 178개 국가 중 172위였다. 이는 내전 중인 시리아보다 더 낮은 숫자다. 반면 2015년은 러시아 경제는 따로 설명을 붙일 필요조차 없이 안 좋은 한 해였다. 서방의 경제 재제에다 석유 가격 급락, 그에 따른 소비자 물가 급상승으로 15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 재정이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5년 러시아 국민의 행복지수는 64위다. 5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급성장한 것이다. 정말 신기해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경제가 꾸준히 성장해도 점점 불행해지는 대한민국 국민, 그리고 경제가 바닥을 쳐도 행복이 넘쳐 나는 러시아 국민. 과연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경제가 아닌 다른 데에서 그 답을 찾아 봐야 할 것 같다.

한국의 경우는 사회적인 면을 살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서 대형 사건 사고가 잇따라 일어났고, 2015년에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같은 정치적 이슈나 유치원 아이 폭행 사건이나 ‘땅콩 리턴’을 비롯한 소위 ‘갑질 사건’과 같은 사회적인 이슈들이 연속으로 불거져 국민들에게 심리적 불안을 심어주었다. 여기에다 점점 떨어지는 취업률, 경쟁이 날로 심해지는 교육, 이것들이 국민들에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들이 된 것 같다. 행복이란 현재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미래에 대해 안심할 수 있어야 완성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러시아에서는 왜 행복지수가 높아진 걸까. 이 질문에 답을 찾으려면 러시아 현대 역사를 알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초반 소련이 붕괴되면서 사회 질서도 바닥으로 하락했다. 길거리에서 도둑질 당할까 봐 집 밖으로 나가기 무서울 정도로 러시아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았다. 그러다가 경제가 급성장한 2000년대를 맞았고, 국민에게 어느 정도의 재정직인 안전과 사회적인 질서를 준 시간이었다. 러시아 사회는 균형과 안전을 찾고 평화로워 졌다. 그래서 2014년 강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지난 10년 동안 쌓여 왔던 안정감을 쉽게 버릴 수 없었다. 이제 불행에 빠진다는 것 그 자체에 지쳐버린 것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경제가 어렵더라도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또 경제적 측면에서도 2014년 금융 위기의 충격은 그렇게 크지 않다. 1998년 금융 위기 때는 1달러에 6루블에서 1달러에 42루블까지 일주일 만에 7배 이상으로 루블화 가치가 대폭락했지만, 지난해에는 1달러에 33루블에서 현재 62루블까지 하락한 정도여서 국가 경제에 치명적 영향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2016년은 2015년보다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누구나 다 있을 것이다. 정치나 경제 면에서 한국이나 러시아에 좋은 한 해가 될 것이라 기대하기 힘들지만 그것과 상관 없이 사람들은 작은 행복을 찾았으면 한다. 주변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진정한 행복은 우리 안에 있다.

일리야 벨랴코프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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