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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에 시달리는 러시아 정부가 7개 대형 국영기업들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방침이 재정난 타개의 성공모델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세계 경제전문가들은 특히 “구 소련체제에서 자본주의로 이행과정이 부패로 얼룩졌던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항공사인 아에로플로트와 다이어몬드 광산회사인 알로사, 석유회사 로스네프트 및 바스네프트, 러시안 레일웨이즈, VTB은행, 러시아 최대의 조선업체인 소프콜플로트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매각 대상이다. FT는 2일자에서 7개사 사장단이 1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경제팀과 올해 민영화 계획을 논의하는 회의에 불려갔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수년간 소형 국영기업의 지분을 꾸준히 매각해왔지만 푸틴이 2012년 총리직에서 대통령직으로 복귀한 이후엔 민영화에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국영기업 민영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러시아 국가경제가 심각하다는 자체진단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정부예산은 막대한 결손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 르네상스캐피털의 올레그 쿠즈민 이코노미스트는 “종전에는 경제 구조조정과 효율화가 민영화의 주된 동기였지만 지금은 현금 조달 문제가 민영화를 다시 의제로 삼게 된 원인의 하나가 됐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재정 적자에는 유가 하락도 한 몫 했다. 당초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내각은 지난해 11월초 국제유가 평균인 배럴당 50달러를 근거로 3%의 적자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짐에 따라 최근 예산을 수정하느라 부산을 떨고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의 가격은 1일 현재 4% 떨어진 배럴당 34.50달러에 거래됐다. 러시아 정부는 2014년까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석유와 가스 수출에 의존해왔지만 지난해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그 비중은 43%로 줄었다.
세입이 급감하면서 러시아 정부는 10%의 세출 삭감과 시퀘스트(자동 예산 삭감)라는 두 가지 대응조치를 꺼내 들었다. 이를 통해 연간 1조루블(130억달러)을 절감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유가가 현재 수준에 머문다면 추가로 5,000억∼1조 루블의 추가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러시아 정부는 자금 조달을 목표로 민영화의 극약처방을 꺼내 들었다.
그럼에도 실제 민영화가 제대로 추진될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당장 민영화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는 게 중대과제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90년대 구소련 경제체제에서 자본주의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이 온통 부패로 얼룩졌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국가 자산을 매각한다면 90년대에 벌어진 일을 다시 저지르고 있다는 의심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민영화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2010년 푸틴이 대통령직에 복귀하자 러시아 정부는 몇몇 국영기업들의 지분을 민간에 매각키로 한 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직까지 유보된 상태다. 당시 매각 대상으로 꼽혔던 상당수 기업들이 현재 러시아 정부가 검토하는 민영화 대상에 그대로 포함돼 있다. 업계에선 예상 리스트가 돌고 있지만 ‘소프콜플로트’ 정도가 매각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남효정 인턴기자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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