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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해전' 흥행… 이념 아닌 현실이 20대 감성 자극

입력
2015.07.1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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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 같지 않은 軍 얘기" 몰입

이념 논쟁 피한 마케팅 전략도 한몫

한편에선 "20대가 보수화" 지적

영화 ‘연평해전’이 지난 11일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순항하고 있다. 한국영화로서는 올해 첫 400만 고지 등정이다. 2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관객이 흥행의 원동력이 됐다. 다른 연령층으로 흥행 열기가 확산되고 있어 500만 관객 고지 점령은 어렵지 않게 달성할 듯하다. 600만명 이상 동원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평해전'은 12일가지 470만명 가량이 관람한 것으로 추산된다.

‘연평해전’의 제작과 개봉을 두고 보수와 진보의 시선이 확연히 엇갈렸으나 이념 논쟁과는 무관한 흥행몰이라는 분석이다. 군대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20대의 감수성을 ‘연평해전’이 자극했다는 주장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환호성에 가려졌던 비극이 스크린에서 되살아나며 관객들의 정서를 흔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평해전’은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는 영화는 아니다. 만듦새가 아주 나쁘진 않으나 전형적인 인물들이 등장해 신파적인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완성도는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해 눈물로 관객의 감성에 호소한 게 효과를 발휘했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영화적으로 빼어나지는 않으나 수병들의 일상과 전투 장면 등을 통해 관객 마음을 움직였다”며 “특히 영화 마지막에 실제 생존자들의 증언을 삽입하며 감동을 배가시키는 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연평해전’에 가장 크게 반응하는 세대는 20대다. 12일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체인인 CJ CGV의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연평해전’의 관객 절반 가량이 20대다. 개봉초기(지난달 24~30일ㆍ52.5%)보다 떨어졌으나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20대 관객 비중이 41.9%다.

‘연평해전’에 20대 관객이 몰리는 현상은 예상 밖이다. 영화계는 제2연평해전을 다룬다는 점만으로도 ‘연평해전’이 보수층의 환대를 받는 반면 진보진영의 거부감을 부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50대 이상 관객들의 비중이 높으리라는 것이었다.

20대 관객의 군에 대한 심리적 관여도가 관람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0대 남성의 경우 군복무를 앞두거나 군 제대를 한지 얼마 안 된 경우가 대다수이고, 20대 여성도 연인의 군입대에서 자유롭지 않다. 군복무 중 북한군의 공격으로 숨진 남한 수병의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13년 전 일어난 일이나 월드컵 열기에 가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점도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연평해전’을 보기 위해 극장가를 찾은 20대의 발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울산에서 거주하는 서모(21)씨는 “원래 군대 쪽에 관심이 많았고 국민들도 제2연평해전에 대해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영화를 관람했다”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서민기(23)씨는 “많은 관심도 없었고 사람들도 잘 모르는 내용”이라며 “영화를 본 뒤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념논쟁을 피하기 위한 영화사의 전략도 맞아떨어졌다. ‘연평해전’은 ‘휴먼 감동 실화’를 내세웠고 포스터 문구는 ‘당신들을 잊지 않겠습니다’다. 정지욱씨는 “목표 관객층을 딱히 보수층에다 두지 않고 젊은 층을 겨냥한 감성 마케팅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주장했다.

20대의 보수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취업난에 시달리면서 20대의 생각이 예전보다 완고해졌고 이는 ‘연평해전’에 대한 열광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 영화평론가는 “20대가 북한의 위협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고 북한을 동족보다는 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진 듯하다”며 “군복무 중 북한군에 의해 죽는 남한 수병에 30~40대보다 더 감정이입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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