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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짜리 드론으로 사진 찍어보니…

입력
2016.08.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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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드론, 사진ㆍ영상 촬영부터

자동복귀 기능까지 갖춰…

단순 장난감이 진짜를 닮아가

4일 경기 고양시 호수공원, 30여m 상공에 드론을 띄우고 호버링(Hovering, 정지 비행)을 시도했다. 양손으로 조종간을 미세하게 움직여 기체를 안정시킨 다음 셔터버튼을 눌렀다. 60~70m가량을 이동시키며 같은 방식으로 몇 차례 더 촬영했다. 그런데 거리가 멀어지면서 육안으로 드론의 앞뒤를 식별하기 힘든 데다 배터리 잔량도 알 수 없어 추락사고가 염려됐다. ‘리턴 홈(Return Home)’버튼을 누르자 드론은 리모컨이 있는 위치로 정확히 날아와 사뿐하게 내려앉았다. 중국 J사가 제조한 이 드론의 가격은 해외직구 기준 약 40달러, 우리 돈 5만원 정도다.

이 드론은 장난감일까 진짜일까. 5만원을 훌쩍 넘는 완구가 흔한 세상이니 가격 면에서 볼 때 분명 장난감에 가깝다. 진동 흡수 장치가 없어 기체의 진동이 그대로 영상에 전해지고 촬영 앵글의 실시간 확인도 불가능해 눈대중으로 셔터를 눌러야 한다. 안정적인 촬영기체라고 보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높이까지 올라가 사진과 영상을 촬영할 수 있고 자동복귀 기능까지 갖춘 점은 프로급 비행체 부럽지 않다. 이날 촬영한 사진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가성비(가격대비성능)의 후광 덕분인지 흐릿한 해상도마저 ‘핀홀(Pin Hole)’ 카메라로 촬영한 듯 몽환적이고 수채화처럼 운치 있어 보인다. 드론은 1만~2만원대부터 수백만 원대까지 가격에 따라 기능도 천차만별이다. 어디까지가 장난감이고 어디부터가 진짜인지 경계를 나누기가 쉽지 않다. 드론 수입업체 엑스티드론 이동주 부장은 "저가의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그 가격으론 엄두조차 못 낼 높은 수준의 기능이 탑재돼 있어 놀라곤 한다. 나조차도 장난감인지 진짜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말했다.

차도ㆍ인도 질주하는 전동 휠

충돌 사고 땐 뇌진탕 등 초래

진짜를 장난감으로 착각 말아야

첨단기술의 보편화에 힘입어 진화한 저가 드론이 ‘진짜 같은 장난감’이라면 차도와 인도를 가리지 않고 질주하는 전동 휠은 진짜를 장난감으로 착각하고 있는 경우다. 전통적 이동수단인 자동차나 오토바이에 비해 작고 저렴한 데다 조작이 쉽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린이전용’ 전동 킥보드도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전동 휠은 운전면허 소지자에 한해 차도에서만 탈 수 있는 50cc 이하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돼 면허취득 자격이 없는 16세 이하는 아예 탑승이 불가능하다. 골절이나 뇌진탕 등 시속 20km를 넘나드는 속도로 달리다 일어난 사고의 결과 역시 ‘장난’이 아니다. 제품의 안전 기준이나 운행 규정이 마련되지 않는 한 ‘장난감 같은 진짜’의 아슬아슬한 질주는 계속될 것이다.

장난감과 진짜의 경계를 오가는 물건도 있다. ‘비비탄총’이라고 불리는 장난감 총은 진짜와 흡사한 외관 때문에 범죄에 악용되는 일이 잦다. 각종 강도사건은 물론이고 2012년 강남 일대에서 벌어진 쇠구슬 난사사건에도 성능이 개조된 ‘진짜 같은 장난감 총’이 쓰였다. 최근 미국에선 경찰이 장난감 총을 진짜로 오인하는 바람에 어린아이가 희생됐고 대형 유통업체들은 진짜와 구분하기 힘든 장난감 총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범죄에 악용되는 ‘비비탄총’

증강현실로 탄생한 ‘포켓몬고’

장난감-진짜 경계를 들락날락

장난감의 진화가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을 만났을 때 장난감과 진짜의 경계는 모호해 진다. 전자오락이나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가 ‘포켓몬 고(Poketmon Go)’라는 증강현실 게임을 통해 현실 속에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진짜 현실 속을 이동하며 포켓몬을 포획하지만 포켓몬은 여전히 스마트폰 안에서만 존재하는 가상의 캐릭터일 뿐이다. 진짜와 장난감 사이의 모호함 속에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경계를 오가다 맞닥뜨린 사고만큼은 돌이킬 수 없는 진짜라는 사실이다.

장난감이 사람의 마음 속에서 진짜가 된 경우도 있다. 소니(Sony)가 1999년 개발한 감성지능형 로봇 애완견 ‘아이보(AIBO)’는 짖기도 하고 주인과 제한적인 대화도 가능하다. 사람들은 춤을 추고 재롱도 떠는 로봇을 장난감이 아닌 진짜 애완견이나 아이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2006년 생산 중단에 이어 2014년 수리센터마저 폐쇄되면서 고장 난 아이보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몇몇 사용자들이 지난해 일본 지바현에 모여 장난감 로봇의 극락왕생을 비는 합동장례식을 치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아이들이 장난감 카메라로 진짜 사진을 찍고 놀이용 세탁기에 작은 손수건을 넣어 세탁도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장난감과 진짜의 경계가 점차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그래픽=강준구기자 wldms4619@hankookilbo.com

권수진인턴기자(한양대 철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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