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ㆍ與 뜻 다를 수 없어" 靑 지지
"유승민에 책임 떠넘기기" 비난 일자
"어느 한쪽 편드는 건 파국" 강조
국회법 개정 논란을 전후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청와대와 원내지도부 사이의 갈등이 첨예화하는 사이 실질적인 당내 권력자이면서도 ‘제3자’의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김 대표가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여권의 이목도 집중돼 있다.
김 대표는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수용 불가 입장에 대해 “대통령과 여당의 뜻이 다를 수 없다”며 몸을 낮췄다. 그는 박 대통령이 위헌 소지를 제기한 데 대해 “충분히 검토한 결과일 것”이라고도 했다. 다른 최고위원들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판하는 데 대해선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엄호하기도 했지만, 국회법 개정안 논란을 대하는 그의 무게중심은 이미 청와대ㆍ친박계 쪽으로 기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국회법 개정안 통과 이후 침묵을 지켜온 김 대표가 이날 보인 모습은 사실상 자기모순에 가깝다. 유 원내대표가 잠정합의안에 서명하면서 국회법 개정안 통과를 밀어붙인 데에는 김 대표의 동의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다. 한 원내부대표는 “합리적이라고 평가받는 몇몇 율사 출신 의원들로부터 문제 없다는 설명을 들은 뒤 ‘원안대로 가는 게 어떻겠냐’는 유 원내대표의 제안에 김 대표가 ‘그러자’고 동의했었다”면서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에는 김 대표가 청와대ㆍ친박계의 손을 들어주면서 결국 연금 개혁 합의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실제 김 대표는 지난달 28일 여야 원내대표간 잠정합의 직후 “공무원연금 개혁이 아무리 급해도 위헌 소지가 있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는 없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당일 밤 유 원내대표와 함께 장윤석ㆍ여상규 의원 등 율사 출신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지 확실한 위헌이란 건 아니다”면서 “야당이 국회의장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냥 합의초안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행보에 대해 유 원내대표 측은 내심 불만이 상당하다. 한 측근의원은 “일을 저질러놓고 뒤늦게 청와대 눈치 보다가 모든 책임을 유 원내대표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수도권 비주류 의원은 “지금껏 민감한 상황만 되면 김 대표는 매번 청와대에 납작 엎드렸고 이번에도 결국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김 대표 측은 “파국을 막기 위한 충정”이라고 강조했다. 한 측근의원은 “청와대와 유 원내대표가 정면충돌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을 편드는 건 파국으로 가는 길”이라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가 재의결하는 사태까지 가지 않게 거중 조정하는 게 ‘무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이날 문제의 핵심을 위헌 여부로 규정한 것 역시 출구전략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양정대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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