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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 관련 암, 빨리 발견해 치료하면 임신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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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 관련 암, 빨리 발견해 치료하면 임신할 수 있어요"

입력
2018.02.19 19: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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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윤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

자궁동맥 잘라내지 않고 수술

亞외과로봇수술학회 최우수상

암 진행 정도 따라 치료법 달라

1기 땐 가임력 지키며 치료 가능

초기 증상 없어 검진 소홀 말아야

이름 그대로 새 생명이 자라는 궁전인 자궁(子宮)은 한 번 병들면 눈 깜짝할 새 무섭게 돌변한다. 자궁암으로는 자궁 입구에 암세포가 생기는 자궁경부암과 자궁 안쪽에 발생하는 자궁내막암으로 나뉜다. 많이 발병하지는 않지만 난소암도 있다.

로봇을 이용한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 난소암 등에 천착하고 있는 송재윤(44)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만나 자궁 관련 암에 대해 들었다. 송 교수는 자궁으로 가는 자궁동맥을 잘라내지 않고 수술하는 방법을 개발해 2016년 아시아외과로봇수술학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방법을 시행하면 환자의 가임력을 높일 수 있다.

-매년 3,600명 넘게 자궁경부암에 걸리는데.

“자궁은 크게 ‘몸’ 부분과 ‘경부(頸部ㆍ목)’ 부분으로 나뉜다. 자궁 입구에 발병하는 암이 자궁경부암이다. 주요 발병 원인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지만 다른 원인도 적지 않다. HPV는 몸에 사마귀 등을 일으키는데, 150종이 넘고, 40여종이 생식기관에서 발견된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HPV로는 16형과 18형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이 자궁경부암 부위에서 발견되는 HPV의 70%를 차지한다. 성생활을 하는 여성의 80%가 한 번 이상 이들 HPV에 감염될 정도로 흔하다. HPV는 자궁경부를 감염시켜도 1년 내 80~90%가 없어진다. 남은 16형, 18형 HPV가 상피내종양(이형성증)을 일으키고, 결국엔 자궁경부암을 유발한다.

16세 이전에 성생활을 시작했거나, 여러 명과 성관계를 갖거나, 아이를 많이 낳았다면 자궁경부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자궁경부암을 성병으로 아는 사람도 있지만 확인되지 않는 다른 경로로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담배를 피우거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성병 감염, 출산 경험 등이 발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행히 자궁경부암 환자는 줄고 있다. 그러나 성경험이 빨라지면서 환자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는 게 문제다. 매년 3,600여명이 자궁경부암에 걸리는데, 20~30대 여성이 2,000여명이나 된다. 드물지만 자궁내막암과 난소암도 점점 늘고 있다. 특히 늦은 초혼과 늦은 출산, 비만 등으로 젊은 층 증가가 두드러진다.”

-자궁경부암 예방과 치료는 어떻게 하나.

“자궁경부암도 다른 암처럼 초기엔 증상이 거의 없다. 예방 백신 접종과 안전한 성생활이 예방의 지름길이다.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 원인의 70%를 차지하는 HPV 16형과 18형 위주로 예방한다. 다행히 2016년 HPV 백신(서바릭스, 가다실) 접종이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돼 만 12세 여자 어린이는 무료로 맞을 수 있다. 물론 고위험군은 정기적으로 검사하길 권한다.

자궁경부암은 암 진행 정도에 따라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으로 치료한다. 암이 되기 전인 단계인 상피내종양이라면 자궁을 들어내거나 자궁경부 전체를 떼어내지 않고, 자궁경부의 종양만 절제하는 ‘원추절제술’을 시행한다. 이 수술을 받는 단계라면 임신이 여전히 가능하다.

암이어도 1기이면서 종양 크기가 2㎝ 이하라면 자궁경부와 질의 일부만 잘라내고 질과 자궁을 잇는 ‘광범위자궁목절제술’을 시행하면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다. 다만 광범위자궁목절제술은 숙련된 의료진이 아니라면 시도하기 쉽지 않다. 수술한 곳 주변 혈관과 신경은 물론 자궁을 지지하는 인대와 요관 등을 살리고 자궁경부와 질 일부만 잘라내는 고난이도 수술이기 때문이다. 광범위자궁목절제술은 매우 까다롭고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길 바라는 초기 암 환자가 대상이다.

그러나 암 종양이 자궁경부 깊숙이 침투했다면 자궁 전체를 잘라내고, 항암화학 방사선치료를 받아야 한다. 암이 자궁 주변이나 다른 장기로 퍼졌다면 수술하지 않고 항암화학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을 시행한다.”

-자궁내막암, 난소암 치료도 비슷한가.

“자궁내막암은 1기라면 여전히 가임력을 보존하면서 치료할 수 있다. 다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근육이나 다른 부위로 암세포가 퍼지지 않았을 때만 가능하다. 내막에 있는 암을 긁어 내는 자궁내막소파술로 암을 일단 제거한 뒤 자궁 내막에 암세포가 자라는 걸 억제하는 호르몬 치료로 재발을 막는다. 이후 3개월마다 조직검사로 추적 관찰해 재발하지 않으면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난소암도 예후(豫後)가 나쁜 1기에서도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 암이 생긴 한쪽 난소만 떼내면 된다. 그런데 난소암이 대부분 병기(病期)가 많이 진행된 뒤에야 발견되기에 가임력을 보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자궁암으로 임신과 출산을 하지 못하는 환자가 적지 않은데.

“많은 여성이 자궁이나 난소에 암이 있다고 하면 무조건 자궁을 들어내 임신과 출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자궁 관련 암을 빨리 발견하면 암 병변(病變)만 잘라내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다. 따라서 꾸준히 정기 검진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자궁 관련 암 발병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어 20~30대도 젊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특히 초기에 증상이 없어 자가 진단이 어렵기에 자신의 몸에 각별히 관심을 가지고 검진에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그림 1 송재윤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과천 서울대공원에 있는 로랜드 고릴라 ‘고리나’의 자궁근종 제거수술을 시행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영화 ‘킹콩’ 모델인 로랜드 고릴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유인원이고, 300마리 정도 밖에 없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송재윤 교수가 로봇을 이용한 자궁경부암 제거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송재윤 교수가 로봇을 이용한 자궁경부암 제거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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