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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부로 피신해 가까운 규슈로 넘어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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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부로 피신해 가까운 규슈로 넘어와라”

입력
2017.04.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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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3일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북한이 사린가스를 미사일 탄두에 장착해 발사할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쿄= 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3일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북한이 사린가스를 미사일 탄두에 장착해 발사할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쿄= AP연합뉴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한반도 군사충돌을 기정사실로 한 듯 한국 남부지방을 통해 일본 규슈(九州) 지방으로 넘어오는 구체적인 자국민 대피경로를 설정했다. 정부로서 자국민의 안전을 위한 일이라지만, 최악의 상황을 공론화해 한국인들에 지나친 공포감을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아베 정부가 한반도 위기국면을 최대한 활용해 군비 확장의 기회로 삼으려는 속내가 드러났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21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미군이 북한을 공격할 경우 20만명에 달하는 한국내 미국인의 움직임을 참고하면서 재한 일본인 대피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와 함께 북한이 한국을 먼저 공격하면 일본인들을 한국정부가 정한 대피시설로 피난시켜 최장 72시간 체류토록 하고, 만일 수도권 공항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일본인을 한국 남부지방으로 이동시켜 선박으로 일본 규슈(九州)나 주코쿠(中國) 지방으로 들어오도록 한다는 구체적인 동선도 설정했다. 항공편 이용이 가능하다면 민간항공사 정기편에 전세기를 더해 수송하고, 한국이 동의하면 자위대 항공기를 보낸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주한 일본대사관이 자위대 활용에 대해 한국 정부에 협의를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라며 정부차원에서 실제 자국민 ‘탈출계획’이 마련됐고, 이를 우리 정부에 고지했음을 시사했다. 주한 일본대사관은 앞서 1일 ‘안전매뉴얼’을 개정해 긴급사태 발생시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한 안부확인 방법과 한국내 대피시설 정보를 추가했다. 또 홈페이지에 이동수단, 유사시 집합장소 정보도 담아 마치 한반도에서 당장에라도 전쟁이 발발할 것처럼 대응해왔다.

이 같은 행태는 주한 미국인에 대한 미 정부의 움직임이 수면에 드러나지 않는 것과 판이해 아베 정부가 정치적으로 한국의 위기상황을 이용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정부가 부산을 떨자 한국내 일본계 기업들도 움직임이 빨라졌다. 경영진이 위기관리를 위해 현지를 시찰하거나, 한국내 직원 가족의 귀국을 종용하기도 한다고 일본언론들은 보도했다.

자민당 일각에선 ‘적(북한) 기지공격 능력보유’ 주장을 이참에 굳히려는 듯 위기감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 안전보장조사회는 “북한 미사일 발사시설을 겨냥해 자위대에 사이버공격능력을 부여하자”는 의견을 이날 정부에 제안키로 결정했다. 해상자위대는 미 핵 항공모함 칼빈슨 전단과의 공동훈련을 위해 호위함 2척을 출항시키며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미일은 칼빈슨 전단의 북상에 맞춰 자위대 호위함이 합류해 훈련하는 쪽으로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이날 도쿄 시내에서 도도부현(都道府縣) 관계자 70명이 참가한 가운데 북한 미사일 발사를 상정한 주민 대피훈련을 요구하는 설명회를 여는 등 대내적으로도 한반도 위기 분위기 고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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