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전해철•김부겸 등 의원들
10명 가까이 지방선거 등판설
이개호에 출마 재고 공식 요구도
한국당도 ‘어부지리’ 가능성에
의석 수 지키기에 안간힘
홍준표 “자중하라” 공개 경고장
더불어민주당이 6ㆍ13 지방선거에서 전남지사 도전이 유력했던 이개호 최고위원에게 출마를 재고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 원내 1당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당 차원의 교통정리로 풀이된다. 자유한국당도 지방선거 후보 확정 전 의원직 사퇴를 금지하는 등 집안 단속을 본격화하고 있다.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과 향후 국정운영 등이 걸린 원내 1당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4일 “이춘석 사무총장이 최근 이개호 최고위원을 만나 전남지사 출마를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 측도 “광주ㆍ전남 선거를 총괄지휘 해 달라는 권고를 받은 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민주당은 원내 1당 유지를 “포기할 수 없는 정치적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역 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할 경우 원칙적으로 불이익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임기의 4분의 3을 못 채운 선출직 공직자가 다른 선거 출마를 위해 당내 경선에 나설 경우 10%를 감점한다는 당규를 적용하기로 했다. 김영진 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원내 1당이 붕괴 돼 국회 운영에 지장이 초래되면 국정 운영에도 어려움이 생긴다”며 “개인의 피선거권을 제한할 순 없지만, 출마 희망자들도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의석 수는 121석으로 한국당(117석)과의 차이가 4석에 불과하다. 반면 지방선거에 출마를 벼르고 있는 현역 의원은 이 최고위원을 포함해 10명이나 된다. 전해철(경기)ㆍ박남춘(인천)ㆍ이상민(대전)ㆍ양승조(충남)ㆍ오제세(충북) 의원과 박영선ㆍ우상호ㆍ민병두ㆍ전현희(이상 서울) 의원이 이미 뛰고 있다. 김경수 의원의 경남지사, 행정안전부 장관을 겸하고 있는 김부겸 의원의 대구시장 차출설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들이 공직자 사퇴시한에 맞춰 3월에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민주당은 원내 1당 지위를 잃을 수 있다. 재ㆍ보궐선거 확정 시점이 5월이어서 이미 확정된 4곳에 더해 재보선이 추가된다는 것도 달갑지 않다. 미니총선 격으로 정치적 의미가 더해질 경우 여권에 부담이 배가될 수밖에 없다. 6월 재보선 승리로 의석 회복을 노릴 수도 있지만,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 기준일인 5월 말에 원내 1당 자리를 지키지 못한다면 득보다 실이 크다. 이렇게 되면 당장 하반기 국회의장 자리를 비롯해 주요 상임위원장까지 야당에 넘겨줘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한국당이 의석 수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는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방선거에서) 후보가 되기 전 사퇴하겠다는 것은 예비후보 등록을 위해서라고 보여지는데 그렇게 되면 보궐선거 러시가 온다”며 “당을 위해서 자중하라”고 공개 경고장을 날렸다. 홍 대표는 “안 그래도 어려운 당인데 후보들마저 당 방침을 따르지 않는다면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라”고도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현역 의원 대거 차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원내 1당을 노려볼 기회를 미리 차버리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라는 게 당내 해석이었다. 이 같은 경고에 이철우 의원은 이튿날 의원직 사퇴로 경북지사 선거에 배수의 진을 치려던 뜻을 거둬들였다.
한국당은 최근 배덕광(부산 해운대을) 의원이 지난달 23일 국회에 제출한 의원직 자진사퇴서가 처리되면서 의석수가 117석으로 1석 줄어든 상태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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