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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중국 역할론

입력
2017.04.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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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위협론’이 등장한 건 1990년대 들어서다. 중국 경제가 급속도로 부상하기 시작한 시기다. 아시아에서는 1등 국가임을 자임하던 일본이 불안감을 느낀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인지 누구보다 중국위협론 확산에 열을 올리는 나라도 일본이다. 일본의 중국위협론은 아시아를 개조 또는 교화시켜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메이지 유신 시대의 ‘대동아공영권’과도 맥이 닿아 있다. 주변국은 야만이고, 자신은 근대화에 성공한 아시아 맹주라는 수직적 발상을 당연시했던 일본에 경쟁국의 등장은 용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 시진핑 등장 이전까지 중국은 일본의 공세에 수동적이었다. 일본이 집요하게 중국위협론을 들고나올 때마다 부정부패나 빈부격차 같은 내부 문제를 거론하며 엄살을 폈다. 덩샤오핑의 ‘도광양회’나 후진타오의 ‘화평굴기’도 요지는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첫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신형대국론’을 주장하면서 중국의 대응은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에 동아시아의 패권을 요구하는 것은 아시아의 맹주가 일본이 아닌 자신이라는 것을 인정하라는 얘기다.

▦ 흔히 미중 관계를 기존 패권국과 신흥 강국 간의 갈등이라는 ‘투키디데스 함정’에 비유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신흥강국이 자신의 힘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않아 위기를 초래하는 ‘킨들버거 함정’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찰스 킨들버거 교수는 1930년대 대공황이 기존 패권국 영국의 자리를 차지한 미국이 신흥 국제리더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아 생긴 재앙으로 규정했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중국이 너무 강한 것 못지 않게 너무 약한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아직은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시각이 훨씬 많지만 중국을 킨들버거 함정의 관점으로 보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 북핵 문제가 험악해지면서 ‘중국 역할론’이 급부상했다. 중국이 걸맞은 영향력을 북한에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주장하는 나라가 중국의 패권침탈을 가장 걱정하는 미국이라는 게 역설적이다. 신형대국 관계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중국의 힘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일까. 북핵에 국한된 것이어서 중국의 패권적 지위에 대한 전면적 인식 변화로 해석하기는 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중국 역할론이 중국위협론을 대체하는 출발점이 북핵 문제일 수도 있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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