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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팔이? 현명한 재활용? 드라마 리메이크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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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팔이? 현명한 재활용? 드라마 리메이크 바람

입력
2016.08.27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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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리메이크되는 '1%의 어떤 것'의 주인공 하석진(왼쪽)과 전소민.
13년 만에 리메이크되는 '1%의 어떤 것'의 주인공 하석진(왼쪽)과 전소민.

좋은 콘텐츠는 국경을 뛰어넘고 시대를 거스른다. 미국드라마 ‘굿와이프’는 태평양을 건너와 tvN에서 전도연 주연으로 리메이크됐고, 한국드라마 ‘미생’은 일본 후지TV에서 ‘호프-기대 제로의 신입사원’이란 제목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방영 중이다. 일본 만화 원작의 ‘꽃보다 남자’는 일본과 대만, 한국에서 각기 제작돼 ‘신데렐라 스토리’의 영원 불멸한 인기를 증명했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움직임이 요즘 방송가에서도 활발하다. 배우 강동원을 스타덤에 올린 드라마 ‘1%의 어떤 것’(MBCㆍ2003)과 차태현 전지현 주연의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가 새 옷으로 갈아입고 시청자를 다시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까칠한 재벌 상속자와 깐깐한 초등학교 교사의 계약연애를 아기자기하게 그린 ‘1%의 어떤 것’은 이미 촬영을 마치고 10월 방영을 준비 중이다. 13년 만의 새 버전에선 하석진과 전소민이 출연한다. 배우 주원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는 조선시대로 배경을 옮겨 청춘 로맨스 사극으로 재탄생한다.

최근에는 ‘모래시계’(SBSㆍ1995) 속편 제작 소식도 전해졌다. 드라마 방영 시간엔 거리마저 한산해져 ‘귀가시계’라고도 불린 명작이다.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은 65%에 달했다. 원작을 쓴 송지나 작가가 현재 속편의 초안을 집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히트작 리메이크는 과거에도 몇 차례 성공적인 선례를 남겼다. 이효춘 이정길 주연의 1978년작 ‘청춘의 덫’은 1999년(SBS) 새로 만들어져 평균 시청률 40%대를 기록했다. 여주인공 심은하가 복수를 다짐하던 장면의 명대사 “당신, 부숴버릴 거야”는 지금도 회자된다. ‘청춘의 덫’ 원작과 리메이크작을 모두 집필한 김수현 작가는 2006년에도 ‘사랑과 야망’(SBS)을 리메이크했다. 1986년 MBC 방영 당시 100회 가까웠던 분량을 50회로 압축해 속도감을 높였다. 두 드라마는 리메이크까지 20여년의 시간차가 존재하지만 변화된 시대 정서를 반영한 재가공으로 찬사를 이끌어냈다. 영화 ‘타짜’를 모태로 한 드라마 ‘타짜’(SBSㆍ2008)도 한층 풍성해진 이야기를 담아내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다.

김영섭 SBS 드라마본부장은 “국내 드라마나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건 원작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하기 위함”이라며 “시청자들이 다시 보고 싶어하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시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리메이크라도 단순 번역이 아닌 번안의 개념으로 접근해 재창작을 해야 한다”며 “달라진 시대 분위기와 시청자들의 요구를 담아내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사극 드라마로 리메이크된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사극 드라마로 리메이크된다.

2016년 버전으로 재탄생하는 드라마들도 원작과의 차별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1%의 어떤 것’ 제작 관계자는 “2003년엔 일요일 오전 시간대 방영이라 가족 시청자를 타깃으로 했지만 이번엔 젊은 시청자들을 겨냥해 로맨스에 무게를 뒀다”며 “그에 맞게 반듯한 원칙주의자였던 여주인공을 사랑스러운 느낌으로 각색했다”고 밝혔다. 또 “전체적인 이야기도 원작 드라마의 원안인 동명 소설에 더 가깝다”며 “원작을 쓴 현고운 작가와 기획 프로듀서가 리메이크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경우 개봉 당시 ‘엽기’라는 단어를 유행시킬 만큼 ‘똘끼’ 넘치는 여주인공의 인기가 대단했지만, 이제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여자 캐릭터는 흔해서 더는 ‘엽기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시대다. 15년 만에 제작된 속편 ‘엽기적인 그녀2’가 흥행에 참패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리메이크 드라마는 원작의 주요 골격과 설정만 남기고 대부분 다 바꿨다. 우선 시대 배경을 조선으로 옮겨갔고, 유교사회에서 허락되지 않는 여주인공의 ‘엽기성’은 공주로 신분을 바꿔 개연성을 부여했다. 어리바리하고 착한 남자주인공 견우는 청나라 유학파 출신에 허세기 다분한 캐릭터로 손질했다. 공주가 된 그녀와 견우는 3년 전 공주의 첫 사랑 실종에 얽힌 음모를 함께 파헤친다. ‘엽기적인 그녀’를 편성한 김 본부장은 “영화와는 많이 달라진 이야기라서 제목을 바꾸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과거엔 리메이크의 대상이 ‘청춘의 덫’과 ‘사랑과 야망’처럼 중장년층에 소구하는 드라마였지만, 최근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미니시리즈라는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한 제작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서도 통용되는 장르가 로맨스이기 때문”이라며 “중국과 동남아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엽기적인 그녀’는 리메이크 기획 단계에서 중국에 판권이 팔렸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관계자들은 리메이크 드라마의 확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 본부장은 “10, 20대가 1980~1990년대 배경의 ’응답하라’ 시리즈를 흥미롭게 시청하고 당시의 대중음악에 주목한 건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며 “리메이크 드라마가 과거의 향수를 간직한 중장년층부터 젊은층까지 폭넓게 아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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