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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19대 대선 투표혁명론 유효한가?

입력
2017.04.0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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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탈 인기 검색어 순위를 보면 대부분 연예계 소식이나 사회 뉴스가 상위 순위를 채우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선거 관련 키워드가 상위 순위를 차지하고, 정치뉴스 시청률이 웬만한 드라마 시청률을 능가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각 당의 후보 선출이 마무리되면서 컨벤션 효과가 예상되는 시점이라 더욱 의아하다.

돌이켜 보면, 현재의 정치권과 정치시스템으로는 대통령의 책임을 묻고 국가 정상화를 이룰 수 없다는 강한 불신이 유례없는 정치 관심과 촛불 참여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고, 헌법재판소와 특검이 움직이면서 정치에 대한 신뢰가 복원되기 시작했다. 제1야당의 지지율이 두 배로 뛰었고, 야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은 과반을 훌쩍 넘었다. 헌법재판소와 특검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가 커졌다. 촛불 관련 키워드는 점차 선거 관련 키워드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한국일보가 국회 탄핵가결 이후 실시한 조사에서 촛불시위를 주도한 2040세대의 선거관심도와 투표참여 의사가 5060세대를 능가하기 시작했다(2016년 12월 21일자). 촛불민심이 선거에 대한 관심과 투표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촛불 열기가 최근 공론의 장에서 사라져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선과정이 유권자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탓이 가장 커 보인다. 유권자의 투표 참여는 정치권이 유권자의 목소리에 제대로 반응하고 있으며, 투표로 한국사회와 개인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 한다. 유권자들의 기대는 ‘현 정부와 기존 정치에 대한 회고적 심판’ 차원과 ‘차기 정부의 비전과 정책’ 차원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회고적 심판 차원에서 촛불 민심은 현 집권세력에 대한 정치적 심판 수준을 넘어 누적되어온 적폐청산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집권세력에 대한 심판은 이미 대통령 탄핵과 구속, 여당 및 보수후보의 분열로 상당부분 실현되었다. 적폐청산은 오랜 기득권과 맞서야 하는 과제이기에 청산의 대상과 방법론에 대한 광범위한 합의와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지만, 경선과정에서는 레토릭만 풍성했다. 각론으로 보면 적폐의 핵심을 박정희 패러다임으로 보는 입장도 있고, 1987년 체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심지어 식민지와 해방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인적 청산이 우선인지, 제도개혁이 우선인지에 대한 입장도 제 각각이다. 각 후보들이 생각하는 적폐에 대한 정의조차 불분명하다.

차기 정부 비전과 정책 전망은 더 불확실하다. 대한민국은 성장도 분배도 안 되는 이중 침체사회에 접어들었다. 고용불안, 저출산, 고령화 등 급격한 사회변동으로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4차 산업혁명 같은 새로운 도전도 거세고, 미ㆍ중 갈등, 북핵 위협 등 안보 현안도 심각하다. 백화점식 공약은 무성하지만, 정작 후보가 당선되고 난 후 어떤 국정과제를 우선할지,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에 대한 구체적 구상이 마련되지 않은 듯하다. 역대 선거를 보면 2002년 노무현 후보는 ‘개혁과 지역주의 타파’, 2007년 이명박 후보는 ‘경제 살리기’, 2012년 박근혜 후보는 ‘국민통합’을 자신의 비전으로 내세워 지지를 받는 데 성공했다. 반면 현재의 유력주자들에게서는 어떤 국정 비전을 읽어야 할지가 모호하다. 참여 동기를 잠식하는 요인이다.

대선 본선이 시작되고 있다. 이제는 국민적 논의와 관심이 적폐청산과 협치의 구체적인 방법론, 차기정부의 국정비전과 정책과제에 대한 실질적인 경쟁으로 진화할 시점이다. ‘대세론’, ‘자강론’, ‘대연정’과 같은 키워드는 더 이상 유권자들의 관심을 붙잡아두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모처럼 촛불 민심이 한국정치에 건네 준 신뢰회복의 기회를 스스로 무산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성과 심기일전의 시간이 급해 보인다.

정한울 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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