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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해도 끄떡 없는 ‘플라스틱 지폐’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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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해도 끄떡 없는 ‘플라스틱 지폐’ 아시나요?

입력
2017.10.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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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등 47개국 ‘폴리머’ 소재 지폐 사용

종이처럼 접히고 휘어지지만 방수처리

유통기한 5배까지 길어… 제작 단가는 비싸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지난 7월 공개한 10파운드짜리 플라스틱 지폐. 런던=AFP연합뉴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지난 7월 공개한 10파운드짜리 플라스틱 지폐. 런던=AFP연합뉴스

세탁기에 돌려도 찢기지 않고 위조하기는 더 어려운 지폐가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요즘 세계 주요국마다 이런 특성을 지닌 ‘플라스틱 지폐’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소재 기술이 금융분야에 접목되면서 ‘지폐(紙幣)는 종이로 만든다’는 오랜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3일 한국은행 런던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플라스틱 소재인 ‘중합체(폴리머)’로 만들어진 새로운 10파운드(약 1만5,000원) 은행권을 발행하고 있다. 앞면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뒷면에는 영국의 문학가인 제인 오스틴이 그려졌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낯설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폴리머 소재 지폐를 사용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1988년 호주가 폴리프로필렌 수지로 만든 지폐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이후, 브라질 파라과이 캐나다 베트남 멕시코 영국 등 벌써 47개국에서 플라스틱 소재 지폐를 도입한 상태다.

영국은 10파운드 폴리머 지폐 발행에 앞서 이미 지난해 9월 같은 재질의 5파운드(약 7,600원)짜리 지폐를 발행ㆍ유통했다. 내년부터는 폴리머 재질 20파운드(약 3만원) 지폐도 만든다는 방침이다.

우루과이에서도 최근 중앙은행 설립 50주년을 기념해 폴리머 소재로 만든 50페소(약 2,000원)짜리 신권 1,000만장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우루과이 중앙은행 관계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통기한이 길어져 초기 생산비용 증가분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마크 카니(왼쪽) 영란은행 총재가 지난해 9월 새로 시중에 유통한 5파운드짜리 플라스틱 지폐를 음식에 넣어보고 있다. 뉴욕타임스 캡처
마크 카니(왼쪽) 영란은행 총재가 지난해 9월 새로 시중에 유통한 5파운드짜리 플라스틱 지폐를 음식에 넣어보고 있다. 뉴욕타임스 캡처

폴리머 재질로 만들어진 지폐는 휘어지거나 접히는 점은 기존 종이 지폐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방수처리가 돼 물에 젖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내구성도 강해 유통기한이 기존 지폐보다 2.5~5배 가량 더 길다.

지난해 5파운드짜리 폴리머 지폐가 영국에서 첫 선을 보였을 당시 마크 카니 BOE 총재는 지폐가 젖어도 훼손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거리에서 판매 중인 음식에 지폐를 직접 담그는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접어서 지갑에 넣거나 주머니에서 구겨져도 지폐보다 더 오래 쓸 수 있고, 담배 불씨가 떨어지거나 세탁기에 넣어도 문제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폐 안에 ‘투명 창’ 같은 새로운 보안 기술이 탑재돼 위조도 더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초기 제작 단가가 종이 지폐보다 50% 이상 높고, 고열에 노출되면 녹을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BOE는 폴리머 화폐의 긴 수명을 고려할 때 향후 10년간 인쇄 비용을 1억 파운드(약 1,535억원)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 등과 마찬가지로 면 섬유로 만들어진 지폐를 사용 중이다. 이는 폴리머에 비해 내구성은 약한 반면, 제작 단가가 싸고 인쇄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도 각국의 변화를 주의 지켜보고 있지만 당장 바꿀 계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내에선 (종이)은행권 재질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기 때문에 굳이 변경할 유인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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