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한국 축구

알림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한국 축구

입력
2017.06.14 17:12
0 0
한국이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 원정에서 2-3으로 패했다. 전광판에 새겨진 스코어가 생경하다. 도하=연합뉴스
한국이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 원정에서 2-3으로 패했다. 전광판에 새겨진 스코어가 생경하다. 도하=연합뉴스

0-2.

보고도 믿기 힘든 스코어였다.

14일 새벽 졸린 눈을 비벼가며 한국과 카타르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8차전을 지켜본 팬들은 후반 초반까지 한국이 0-2로 끌려가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아시아 축구 수준이 평준화됐다지만 이렇게 끌려갈 상대는 아니었다. 카타르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88위다.(한국은 43위) 지금까지 한 번도 월드컵에 나가지 못했고 내년 러시아행 가능성도 희박하다. 한국은 후반 중반 이후 기성용(28ㆍ스완지시티)과 황희찬(21ㆍ잘츠부르크)의 연속 골로 가까스로 동점을 만들었다. 흐름상 충분히 역전할 수 있는 분위기였지만 마지막 기회도 움켜쥐지 못한 채 세 번째 골을 허용하며 결국 2-3으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의 9회 연속 본선 진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패배보다 뼈아픈 건 상대 팀들이 더 이상 한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도하 참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카타르는 한국을 상대로 밀집 수비를 펼치지도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한국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을 괴롭혔다. 전반 막바지 카타르 왼쪽 윙백 압델카림 하산(24)은 역습에 가담해 과감하게 오버 헤드킥을 시도했다. 중계를 한 이천수 JTBC 해설위원은 “카타르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자유자재로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카타르에 패배가 확정된 뒤 고개 숙이는 선수들. 도하=연합뉴스
카타르에 패배가 확정된 뒤 고개 숙이는 선수들. 도하=연합뉴스

한국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8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한 팀이다. 최종예선이 지금처럼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진 건 1998년 프랑스 대회부터인데 당시 한국은 초반 6경기에서 5승1무를 달리는 파죽지세의 기세로 본선 티켓을 땄다.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한 2002년 대회 이후 2006년 독일월드컵부터 본선으로 가는 과정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아시아 팀들의 실력이 향상된 탓에 늘 1~2차례 고비를 맞았다. 결과가 좋지 않을 때마다 사령탑들도 여론의 질타를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고전하는 와중에서도 ‘아시아의 맹주’다운 마지막 자존심은 잃지 않았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는 이번과 마찬가지로 이란과 한 조에 속했는데 홈과 원정에서 모두 비겼다. 특히 이란과 마지막 홈경기에서 한국은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했고 이란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0-1로 끌려가다가 박지성(36ㆍ은퇴)이 천금의 동점골을 작렬해 비겼다. 이 무승부로 이란은 본선 진출에 실패하며 ‘지옥’을 맛봤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사우디에 2패,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는 이란에 2패를 각각 당해 실망을 안겼지만 나머지 팀들을 제물 삼아 착실히 승점을 쌓았다.

하지만 그런 위용이 사라졌다.

한국은 이번 최종예선 홈 4경기에서 전승했지만 시원한 승리는 한 번도 없다. 원정 4경기성적표(1무3패)는 참담하다. 이란을 상대로는 유효슈팅 하나 때리지 못하고 0-1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역대 중국 원정에서 8승2무로 압도적인 우위였지만 지난 3월 창샤에서 0-1로 패했다. 카타르에 진 것도 1984년 아시안컵(0-1) 이후 33년 만이다. 최종예선 8경기 통틀어 11골을 넣고 10골을 내줬다. 과거에 비해 실점이 너무 많다. 축구 데이터 분석 업체 팀트웰브에 따르면 카타르전의 한국 수비허용률은 15%였다. 이는 상대에게 위협적인 슈팅을 내준 장면을 체크한 수치다. 이정석 팀트웰브 팀장은 “보통 수비허용률이 5% 선이면 비기거나 이기고 10% 선이면 비기거나 패한다”며 “대표팀이 15%를 기록한 건 처음 본다”고 지적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