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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자동차 현대사] 1회 서울모터쇼 화려한 등장…2년 뒤 ‘30% 떨이’

입력
2017.12.19 14:5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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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서울모터쇼 개막일인 1995년 5월 4일, 서울 강남의 코엑스는 환호의 도가니였다. 국제자동차전시회의 위상을 갖춘 서울모터쇼를 개막하면서 한국은 비로소 자동차 제조국으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갖출 수 있었다.

각 사에서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차들을 소개했는데, 그중 가장 주목을 받는 차는 기아차 크레도스였다. 현대차가 쏘나타2를 앞세워 중형세단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던 시절, 크레도스의 등장은 소비자의 선택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곡선이 가미된 부드러운 라인과 고성능이 강조된 파워트레인이 이 차의 특징이었다. 헤드램프를 포함하는 앞모습에서 각을 찾기 힘들 정도였고, 트렁크 라인 역시 볼륨감 있는 엉덩이에 비유될 만큼 부드러운 모습이었다.

당시만 해도 철판 가공기술 문제로, 곡면을 구현하는 것 자체가 까다로운 기술로 인정받던 시절이었다. 때문에 부드러운 차체 라인은 아무나 보여줄 수 영역이었다.

크레도스의 또 하나 특징은 ‘고성능’. 2.0 DOHC 엔진이 148마력으로 최고속도 시속200㎞를 자랑했다. 시속 200㎞로 달릴 수 있는 중형세단이라는 사실이 소비자들의 귀에 쏙 박혀 들었다. 조향과 조종 안정성이 우수하다는 평도 받았다.

1990년대 중후반만 해도 기아차는 국내 브랜드들 중 기술이 우수하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았다. 승차감은 조금 떨어질지 모르지만 조향, 가속, 제동 등 차가 움직이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기아차가 조금 더 우수했다. 실제 경주대회에서 대부분의 경주차가 프라이드, 세피아, 콩코드, 크레도스 등이었고, 시상대에 오르는 차들 역시 기아차가 대부분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경쟁 차와의 수치 경쟁은 자동차의 숙명이다. 크레도스는 경쟁차인 쏘나타2보다 길이 너비를 조금씩 더 키웠고 실내도 넓게 만들었다. 특히 넉넉한 실내 공간을 강조하기 위해 뒷좌석 등받이를 조금 더 뒤로 누이는 방식을 택했다. 이 때문에 뒷좌석에 기대앉으면 뒤창을 통해 하늘이 보일 정도라는 말까지 있었다.

그러나 1997년은 기아차에는 최악의 해였다. 경영실적 악화로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해 전무후무한 할인판매에 나선다. 크레도스, 세피아, 아벨라 3개 차종을 현금으로 살 때 가격을 29.9% 깎아준 것. 재고를 처분하고 현금을 확보해 위기를 탈출하려는 의도였다. 눈물의 바겐세일이 따로 없었다.

할인판매는 7월 20일부터 22일까지 딱 3일간 이어졌는데 21일 하루 계약 대수가 2만대를 넘어설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이중 크레도스가 1만2,584대로 가장 많았다. 7월 22일까지 3일간 총 4만2,000대가 팔렸다.

서울모터쇼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크레도스가 떨이 판매되는 신세로 전락한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내 차가 크레도스였기 때문이다. 96년에 무이자 할부로 구입한 크레도스는 내 두 번째 차로, 14년간 젊은 날을 함께했다.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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