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본부 찾아 총력 대응 주문
즉각 대응팀에 전문가 14명 참가
행정 권한까지 주며 강도 높은 조치
청와대가 다소 뒤늦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광폭 대응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8일 정부서울청사의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지원본부)를 방문해 총력 대응을 주문했고, 보다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즉각 대응팀’을 구성해 민간 전문가들에게 병원 폐쇄명령권 등 실질적 관리 권한을 갖게 했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 확진자들이 격리돼 치료 받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5일 이후 사흘 만에 지원본부 상황실을 찾았다. 박 대통령은 5일 “국민들이 믿음을 가져 달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긴밀하게 소통해야 한다” 같은 원론적 언급을 주로 한 것과 달리 보다 구체적 지시를 내렸다. 늑장 대처와 정책 혼선 비판을 부른 컨트롤타워 부재 상황을 적극적으로 수습하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정부 대처를 종합 점검한 뒤 “모든 방역 역량을 총력 투입해 이번 주에 메르스 확산 세를 잡겠다는 각오로 총력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이 이번 주를 메르스 확산의 중대 고비로 꼽은 데 따른 것이다. 이어? “메르스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여와 야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며 “국민들의 협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만큼 모두 혼연일체가 돼 메르스 조기 종식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 방역체계를 면밀히 점검해 보니 신속한 의사 결정과 지원 조치가 늦어져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해 초동 대응의 허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즉각 대응팀이 병원 폐쇄명령권과 행정지원 요청 명령권, 감염관리 지도 관련 전권을 갖고 의사 결정에 속도를 낼 것을 지시했다. 즉각 대응팀은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과 장옥주 보건복지부 차관이 공동 팀장을 맡으며, 민간 전문가 14명이 팀원으로 참여한다. 민간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조직에 행정 권한을 준 것은 강도 높은 조치다.
하지만 즉각 대응팀이 지난 주 구성한 민관합동대응팀과 메르스관리대책본부, 범정부지원본부 등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한 보건 전문가는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보건복지부 중 실질적 컨트롤 타워가 과연 어디인지 논란이 이는 상황에서 옥상옥 식의 기구 구성 아니냐”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등이 격리자를 1대1로 전담해 철저하게 격리하는 방침을 현장에서 확실히 시행할 것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1대1 전담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며 “행정자치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현장을 점검하되 격리자들을 섬세하게 배려해 달라”고 말했다. 중앙정부와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가 불협화음을 낸 것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한 치의 거리감 없이 긴밀한 협조ㆍ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정리하고 “그것이 국민 안전을 위하는 길이고 국민들이 원하는 정부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질병 관련 장비와 인력 마련 재원이 내년 예산편성 때 충분히 반영되게 할 것 ▦생계가 막힌 격리자 생활 지원 문제와 어린이집에 11일 이상 결석할 경우 국고지원금이 축소ㆍ중단되는 문제, 휴교령을 내린 학교수업 손실 문제 등 해결에 관계 부처가 발 빠르게 움직일 것 ▦내수 위축 등 경제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할 것 등을 일일이 지시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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