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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테러 동기에 예루살렘 선언 반감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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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테러 동기에 예루살렘 선언 반감 작용”

입력
2017.12.12 19: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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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연결보도서 폭탄 테러

파이프폭탄 불발로 5명 부상

하루 유동인구 23만명 터미널

성공했으면 엄청난 인명 피해

타임스스퀘어 등 관광객 많고

이민자 비율 높아 방어 힘들어

파이프 테러가 발생한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인근 지하연결 통로가 통제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파이프 테러가 발생한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인근 지하연결 통로가 통제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고 밀집도가 높은 미국 뉴욕 맨해튼이 테러범들의 주요한 ‘공격 포인트’로 자리 잡았다. 2001년 9ㆍ11테러로 경계가 강화된 후 한동안 테러 무풍지대였던 이곳에서 11일(현지시간) 지하철 역 연결보도 폭발물 테러를 포함해 지난 1년여 동안 3차례의 테러가 발생하는 등 맨해튼이 불특정 민간인 대상 테러(소프트 타깃 테러)의 표적으로 변하고 있다. 뉴욕이 세계 최대 관광도시 중 한 곳이고 인구밀도가 높은 탓에 테러범들이 조악한 폭탄으로도 맨해튼 어디에서도 효과적인 공격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 이민자 비율이 높다는 ‘구멍’ 덕분에 범행 계획을 쉽게 숨길 수 있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된 셈이다. 실제 테러로 모두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9ㆍ11 이후 미 정보당국은 뉴욕을 겨냥한 26차례의 테러 시도를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1일 테러 사건 용의자의 경우,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을 범행 동기로 꼽은 것으로 전해져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고 선언한 뒤 미국을 포함, 세계 주요 국가에서 발생한 첫 테러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출근 시간인 7시19분을 전후해 파이프 폭탄이 터진 미 뉴욕 맨해튼 지하철 포트오소리티역과 타임스스퀘어역을 연결하는 지하통로 주변은 세계적 관광명소인 타임스스퀘어로부터 도보로 7분여 거리인 유동인구 최대 밀집지역이다.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영향을 받은 용의자 아카예드 울라(27)는 폭탄을 터트리기 위해 화학물질을 이용, 파이프에 점화했으나 다행히 제대로 폭발하지 않아 피해 규모는 ‘부상자 5명’이라는 경미한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자칫 공격에 성공했더라면 이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유동인구는 무려 200만명에 달한다. 용의자는 당초 지하철 안에서 폭탄을 터뜨리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맨해튼이 엄청난 유동인구 때문에 테러범들의 적절한 ‘목표’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테러 장소 반경 1.5㎞ 이내에 하루 유동인구 23만명인 포트오소리티 터미널, 타임스스퀘어(35만5,000명), 그랜드센트럴터미널(75만명), 펜실베이니아역(65만명) 등이 집중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전기 기술자이자 전직 택시기사인 울라는 지난 주 자신이 살고 있는 브룩클린의 아파트에서 파이프 폭탄을 제조한 뒤 지하철을 이용해 이를 옷 속에 숨긴 채 범행 장소로 유유히 이동했다.

일각에서는 관광도시의 특성상 느슨한 이민자 관리가 뉴욕을 테러 위협으로 빠뜨린다는 주장이 나온다. 울라는 방글라데시 이민자로 2011년 미국 시민권자의 직계가족에게 부여되는 비자(F43)로 입국한 합법적 영주권자다. 이른바 연쇄이민(chain migration)을 통해 미국에 들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 성명을 내고 이민자 통제를 강화하는 ‘이민개혁법’ 입법을 촉구했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이래 너무 많은 위험 인물들의 입국을 허용하는 느슨한 이민법을 최우선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며 “(연쇄이민은) 국가 안보와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연쇄이민은 미국 문화에 대한 빠른 적응을 위해 가족 단위 이민을 권장하는 제도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폐지하자는 입장이다.

현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이 테러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CNN 방송은 수사 당국자를 인용, 용의자가 IS에 충성을 맹세했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에 대한 대응으로 테러를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용의자가 가자지구, 이라크, 시리아 등을 언급하며 중동지역에서 무슬림이 겪는 역경에 대해 진술했다고 전했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급격한 친이스라엘 정책 전환이 잇단 테러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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