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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美 유기견 구호단체들 '강아지 공장'과 뒷거래 논란

입력
2018.04.15 15:1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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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단체 86곳, 5700마리 구입

입양 선호 품종엔 입찰 경쟁까지

피난처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유기견들. AP 연합뉴스
피난처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유기견들. AP 연합뉴스

유기견 구호단체와 개 사육업자들은 외견상 서로 으르렁거리는 사이다. 구호단체는 사육장을 ‘강아지 공장’이라고 경멸하고 사육업자들은 구호단체를 비영리기구 지위 뒤에서 애완동물 영업을 하는 위선가들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구호단체가 최근 10여년간 앙숙인 개 사육업자들로부터 상당한 규모로 개를 구입해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탐사 보도를 통해 전했다. 사육업자들의 주요 고객이 구호단체로서 이들이 적대적 공생 관계를 맺어왔다는 얘기다.

WP는 미주리주의 개 경매 시장 2곳의 영수증과 서류 등을 입수한 결과, 86개 개 구호 단체 및 피난처와 관련된 입찰자들이 2009년부터 사육업자로부터 5,761마리의 개를 구입하는데 268만 달러를 사용했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개 한 마리에 5달러 내지 10달러를 구입했으나, 최근에는 한 마리에 5,000달러까지 지불한다는 것이다. 미국 최대 개 경매업체인 사우스웨스트경매서비스의 소유자인 밥 휴즈는 WP에 “구호 단체가 우리 수입의 아마 40% 가량을 차지할 것이다”고 말했다.

구호단체들은 이 같은 개 구입을 ‘강아지 공장’에서 개들을 ‘구조’하는 것이며 개들을 사들여 번식을 중단시킴으로써 상업적인 사육 고리를 끊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구호단체 관계자는 “내가 150달러에 샀는데, 사육업자가 번식시켰다면 수천 달러를 벌었을 테지만 내가 이 번식 사이클을 중단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단체들은 강아지 공장의 개들을 구조하기 위한 기부를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과 달리, 유기견이 줄어 들면서 개 입양을 원하는 이들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구호단체들이 경매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WP는 고발했다. 개 입양자들이 선호하는 ‘퍼글’과 ‘몰키’ 같은 품종은 구호단체들간 입찰 경쟁도 벌어진다는 것이다. 구호 단체들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비밀 그룹에서 경매 전에 누가 어떤 개를 입찰할지를 사전에 논의하지만, 신참자들이 등장해 경매 가격을 올려놓기도 한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구호단체들이 입양자들에게 경매에서 개를 구입한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도 문제다. 사육업자로부터 개를 구입한 86개 단체 중 약 50곳은 홈페이지에 이를 밝히지 않았고 20곳은 “강아지 공장에서 구조한 것”이라고 묘사했으며 10곳은 경매에서 구입했다고 밝혔으나 구매 가격은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주 등 9개 주는 ‘강아지 공장’을 근절시키려는 목적으로 애완동물 가게들이 대피소나 비영리 구호단체에서만 강아지들을 공급 받도록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주의 4개 구호단체도 경매 시장에서 개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WP는 전했다. WP 보도 이후 일부 단체들은 경매에서 개를 구입한 사실을 밝히면서도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하는 등 진화에 나섰으나, 구호 단체들의 기만과 부도덕성을 두고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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