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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입력
2014.11.1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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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람아.’(조용필 ‘그 겨울의 찻집’)

쓸쓸한 겨울날 애절한 사랑을 담은 이 노래를 거꾸로 부르는 부처 공무원들이 있다고 세종 공무원들은 말합니다. 개사하면 이렇습니다. “아아~ 울고 있어도 웃음이 난다, 그대 나의 대통령.”

바로 안전행정부 공무원들입니다.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특히 부러워합니다. 둘은 정부 부처 중에서 ‘양대 공룡’이라 불립니다. 한쪽은 돈(예산)을, 한쪽은 인사를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기재부의 공무원들은 왜 안행부 공무원들을 부러워할까요?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 개조’라는 명목으로 조직을 쪼개는 수모를 줬는데 말이죠. 더더욱 18일 공직 개편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으니 기존 조직의 해체는 현실이 됐고요.

그건 물정 모르는 소리랍니다. 세종 공무원들(안행부는 세종시에 없습니다)은 “안행부 공무원들이 겉으로만 우는 척할 뿐,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역대로 조직이 쪼개지고 합쳐지길 반복했던 기재부의 공무원들은 조직 분리가 “남는 장사”라고 합니다. 우리가 아는 격언과 달리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고 합니다. 기재부의 논리를 찬찬히 따져보겠습니다. 우선 조직 분리는 자리를 늘립니다. 하나의 조직이 구성되면 그 조직을 받쳐줄 지원 부서가 따로 생긴다는 거죠. 조직 신설과 개편도 뒤따릅니다.

자리가 늘면 승진 기회도 넓어집니다. 가뜩이나 인사 정체로 시달리는 공무원 조직에 이만큼 반가운 소식이 없습니다. 벌써 일각에선 이번 안행부 조직 분리로 차관 자리가 5개 생기네, 7개가 되네 설왕설래가 이어지면서 연쇄 승진을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하네요. 현재 자리에 적응하지 못했던 공무원들은 보직을 바꿀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결국 자리가 늘고 승진 기회가 더 생기는데, 이를 마다할 공무원이 어디 있을까요. 그래서 안행부 공무원들 입장에서 자신들을 “울고 있지만 웃게 만든 그대”가 대통령일 수밖에 없는 거죠.

해경 해체 등 대통령의 비장한 강경 원칙과 약속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니 씁쓸할 따름입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도 모자라 이제 이상한 방향으로 튀네요.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예상이나 했을까요.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박근혜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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