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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의 14개월 파업투쟁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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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의 14개월 파업투쟁 결과는?

입력
2017.03.3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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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AP연합뉴스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AP연합뉴스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아홉 번의 세계선수권에서 일곱 번 정상에 오른 세계 최강이다. 아이스하키가 올림픽 종목에 편입된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 이래로 단 한 번도 메달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적수가 없다.

세계 최강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가 또 하나의 승전보를 전했다. 대표팀은 14개월 간 이어진 미국아이스하키협회와의 임금을 둘러싼 협상에서 마침내 ‘승리’했다. ESPN은 30일(한국시간) ‘남자팀과 동일한 대우’를 획득하기 위한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분투를 소개했다. (☞관련기사)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임금은 명성과 걸맞지 않게 박했다. ESPN에 따르면 이들은 올림픽 기간 6개월 동안 한 달에 약 1,000달러(약 110만원)을 받았고 나머지 3년 6개월은 고정된 수입이 없었다. 아이스하키협회는 심지어 여행자 보험과 식대마저 남자 대표팀과 차등을 뒀다. 부업을 하지 않는 선수들의 경우 집세를 내지 못해 운동은커녕 기본적인 생활이 안 될 정도였다. 남자 대표팀과 동등한 임금과 복지를 요구하는 여자 대표팀의 투쟁은 재작년 말 처음 시작됐다. 지루한 협상기간 동안 선수들은 “세계적 수준의 선수들을 아르바이트 취급한다”며 불만을 표해왔다.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투쟁은 단순한 임금상승을 위한 파업이 아닌 여성 인권운동이 됐다. 미국의 전 테니스선수 빌리 진 킹(73)이 이들의 투쟁을 후원했다. 여자테니스의 전설 빌리 진 킹은 여자테니스협회(WTA)와 여자스포츠연맹(WSF)을 설립하는 등 그 동안 여성 선수를 위한 인권운동을 해왔다.

여성 운동을 상징하는 구호인 ‘#Be bold for change(변화를 위해 대담해져라)’ 해시태그도 소셜미디어에서 여자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쓰이기 시작했다.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임금협상 타결을 축하하는 트위터들.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임금협상 타결을 축하하는 트위터들.

이 같은 투쟁이 언론에 소개되자 아이스하키뿐 아니라 미국프로농구(NBA), 미국프로풋볼(NFL) 등 스포츠 전역에서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응원을 보냈다. 지난 29일에는 민주당 상원 의원들도 미국아이스하키협회에 여성 대표팀의 임금을 상승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세계선수권대회 보이콧이라는 초강수가 나왔다.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지난 15일 “임금 인상이 없으면 대회 참가도 없다”며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개막식 불과 70시간 전이었다. 당장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에 대표팀이 출전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미국아이스하키협회가 다급해졌다. 91명의 미국아이스하키협회의 임원들이 모두 모여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수 차례의 미팅 끝에 23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은 협회와 4년 계약에 합의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여자 대표팀의 기본급은 월 4,000달러(약 446만원)로 수직 상승했다. 국제대회 성적에 따라 임금 상승 협약이 개시되는 조약도 처음 포함됐다. 여행 숙박시설과 보험 또한 남자 대표팀과 똑같이 하루 50달러로 두 배 상승했다. 대표팀이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던 여자 유소년 아이스하키팀 육성을 위한 위원회 설치에도 합의했다.

미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주장 메건 두간(29)은 ESPN과의 인터뷰에서 “오늘은 여자 아이스하키뿐 아니라 여성 스포츠 전체에 역사적인 날”이라고 감격했다. 짐 스미스(52) 미국하키협회장도 “미국 하키 역사상 가장 밝은 날”이라고 협상을 평가했다.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미국 전역의 지지에 대한 보답으로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약속하며 대회가 열리는 미시간으로 출발했다.

오수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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