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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 도메인의탄생

입력
2017.03.1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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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3.15

인류 최초의 웹 도메인 심볼릭닷컴 홈페이지.
인류 최초의 웹 도메인 심볼릭닷컴 홈페이지.

1985년 3월 15일 세계 최초의 닷컴(.com) 도메인 심볼릭닷컴(symbolic.com)이 등록됐다. 등록자는 당시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본사를 둔 컴퓨터 제조회사 심볼릭스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인공지능 실험실 출신 해커들이 나와 만든 회사다.

그 전까지 모든 컴퓨터는 최장 12자리로 된 IP주소를 사용해야 했다. 도메인은 숫자로 된 인터넷 주소를 외우기 편하게 문자열로 표기한 것이다. 1984년 미국국립과학재단(NSF)에서 도메인 이름 등록을 시작했고, 이에 해커 출신의 젊은이들은 발 빠르게 1호 도메인을 차지했다. 첫해 여섯 개에 불과하던 닷컴 도메인 수는, 2016년 말 현재 1억2,600만 개를 넘어섰다. 1986년 어도비닷컴, 1987년 애플닷컴, 1993년 마이크로소프트닷컴, 1997년 구글닷컴, 2004년 페이스북닷컴이 탄생했다.

1980년대 초반은 해커 공동체가 와해되던 시기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소유와 독점을 규정하는 법률이 제정되면서 웹에서 지식과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하던 분위기는 급속히 사라졌다. 영리 목적으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던 심볼릭스도 그 흐름을 타고 만들어진 회사 중 하나였다. 심볼릭스 초기 멤버들과 MIT 인공지능 실험실에 함께 있었던 사람 중 흥미로운 인물이 있다. 리눅스 개발자 중 한 명이자 국제소프트웨어자유재단(FSF)의 설립자 리처드 스톨먼이다. 지식과 정보에 접근하는 데 장벽이 있어선 안 된다고 믿었던 스톨먼의 눈에, 소프트웨어를 독점화해 판매하는 동료들의 작업은 배신으로 비쳤을 것이다. 스톨먼은 연구실에 틀어박혀 심볼릭스가 파는 것과 똑같은 프로그램들을 제작해 무료로 배포했다. 물론 그의 저항이 상업화의 거대한 파도를 막지는 못했다. 한때 컴퓨터 언어 ‘리스프’를 개발하는 등 승승장구했던 심볼릭스도 1993년 경영난으로 파산했다. 스톨먼의 방해 공작과는 무관하게, 월드와이드웹에 수장된 수많은 젊은 두뇌들과 운명을 함께 했다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세계 최초의 도메인은 2009년 인터넷 도메인 투자회사 엑스에프닷컴(xf.com)이 사갔다. 새 주인은 도메인 투자회사답게 최고(最古)의 도메인을 상업적으로 활용하기보다 박물관의 작품처럼 모시는 방법을 택했다. 지금 심볼릭닷컴에 접속하면 인터넷 초기 홈페이지의 고색창연한 디자인을 구경할 수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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