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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장관 구속 후에야 대국민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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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장관 구속 후에야 대국민 사과

입력
2017.01.2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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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문화체육부장관이 22일 오전 강남 특검 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조윤선 문화체육부장관이 22일 오전 강남 특검 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23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21일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혐의로 조윤선 장관(51)이 구속되고, 사퇴 의사를 밝힌 이후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간지 이틀 만의 결정이다.

송수근 문체부 장관 직무대행(제1차관)은 23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대국민사과 발표에서 “저를 포함한 문화체육관광부 실국장 이상 간부들은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문화예술인과 국민 여러분께 크나 큰 고통과 실망, 좌절을 안겨드렸다”고 했다. 이어 “예술 표현의 자유와 창의성을 지키는 보루가 되어야 할 우리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공지원에서 배제되는 예술인 명단으로 인해 문화예술 지원의 공정성 문제를 야기한 것에 대하여 너무나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밝혔다.

송 직무대행은 문화예술분야 애로사항을 수렴하는 ‘문화 옴부즈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문화예술진흥법을 개정해 표현의 자유에 차별, 개입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부당 축소, 폐지 논란이 있는 지원사업의 원점 검토도 약속했다.

그러나 문체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적용 여부 및 증거인멸 여부 등 위법 행위를 했는지 수사 대상에 올라 있고, 또 블랙리스트 관련 내부 감사 등이 미비했다는 점에서 이런 사과에 진정성이 있느냐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대국민 사과를 비롯한 문체부 입장 발표가 현직 장관이 구속된 뒤에야 이뤄졌다는 점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국민들의 신뢰 회복을 중요한 업무로 설정했지만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부서였던 데다 블랙리스트 사건까지 겹치면서 문체부를 향한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다음은 대국민 사과 전문

국민 여러분!

오늘 저희들은 그동안 논란이 되어 온

여러 잘못된 문화행정에 대한 반성과 함께

앞으로의 다짐과 대책을 말씀 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를 포함한 문화체육관광부 실국장 이상 간부들은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문화예술인과 국민 여러분께 크나 큰 고통과 실망, 좌절을 안겨드렸습니다.

예술 표현의 자유와 창의성을 지키는 보루가 되어야 할

우리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공지원에서 배제되는 예술인 명단으로 인해

문화예술 지원의 공정성 문제를 야기한 것에 대하여

너무나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

이런 행태를 미리 철저하게 파악하여 진실을 국민 여러분께 밝히고,

신속한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누구보다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앞장서야 할 실·국장들부터

통절하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현재 특검의 수사가 진행 중이고,

아직 사태의 전말이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문체부 직원들은 특검 수사 등을 통하여

그 구체적 경위와 과정이 소상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앞으로 특검 수사 등을 통하여

우리 문체부가 져야 할 책임에 대해서는

마땅히 감내하겠습니다.

아울러 이번 일을 뼈아픈 자성의 계기로 삼겠습니다.

문화와 예술의 본래 가치와 정신을 지키는 것을

문화행정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항상 명심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들과 더욱 소통하며,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더욱 소중히 받아들여

문화와 예술의 다양성을 확대하겠습니다.

문화예술의 정책과 지원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문화행정의 제반제도와 운영절차를 과감히 개선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현장 문화예술인들이 중심이 되어,

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고, 문화예술계의 자율성을 확립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논의하고, 실행하기 위한 논의기구를 구성하겠습니다.

이 기구에는‘문화 옴부즈만’기능을 부여해

문화예술 각 분야의 애로사항을 수렴하고,

부당한 개입이나 불공정 사례들을 제보 받아

직접 점검․시정토록 하겠습니다.

문화예술진흥법을 개정하여

문화예술의 표현이나 활동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나 개입 등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규정의 마련도 검토하겠습니다.

부당한 축소 또는 폐지 논란이 있는 지원 사업 등은

다시 검토하여 문제가 있는 부분은 바로잡겠습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문화예술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문화행정의 공정성, 투명성을 확립하기 위한

추가적인 대책들을 관계 부처와 협의, 마련하여 발표하겠습니다.

우리 간부들은 지금의 사태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우리 실무직원들이 소신 있게 일하고 부당한 간섭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문화예술인 여러분의

비판과 꾸짖음은 달게 받겠습니다.

진행 중인 특검의 수사 및 재판, 감사원 감사 등의 절차가 종료되면

그동안 논란 경위와 과정, 구체적인 사례들을 역사적 기록으로 남겨

‘반성의 거울’로 삼겠습니다.

오로지 문화예술의 정신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문체부로 거듭나고자 하는 각오와 노력을 지켜보고

격려해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또한, 많은 국민들이 염려하고 계신 평창 올림픽 및 패럴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외래 관광객 유치 및 수용태세 점검, 강화되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문제에 따른 국내 문화예술 활성화 대책 등도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1월 23일

송수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직무대행 및 실국장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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