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男단체 8년 만에 金 되찾아
고척스카이돔 프로야구 경기前
올림픽 방식으로 두 차례 특훈
바람 外 관중ㆍ중압감ㆍ조명
리우올림픽 무대와 비슷한 환경
김우진 “돔구장 훈련이 빚은 金”
美는 항모서 바람하고만 씨름
지난달 2일과 3일 한국 양궁대표팀은 국내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을 찾아 특별한 경험을 했다. 양궁대표팀의 야구장 훈련은 국제대회를 앞두고 늘 하던 레퍼토리지만 고척돔으로 장소를 정한 건 ‘신의 한 수’가 됐다.
7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남자 양궁대표팀의 맏형 김우진(24ㆍ청주시청)은 “돔구장 훈련이 지금(결승)과 비슷했다. 관중이 많고, 중압감도 심했다”면서 “돔구장 조명도 여기와 흡사했다. 그때를 잊지 않고 리우올림픽을 준비했다”며 돔구장 훈련이 빚어낸 금메달이었음을 털어놓았다. 당시 고척돔엔 프로야구 넥센-KIA전을 관전하기 위해 관중들이 꽉 들어찼다. 대표팀은 올림픽 단체전 방식과 똑같이 경기를 했다. 초겨울인 브라질의 특성상 일조 시간이 짧아 조명이 켜지고 관중의 함성이 들리는 올림픽 무대와 비슷한 환경에서의 훈련이 절실했다.
야구장 훈련은 양궁 대표팀의 오랜 전통이다. 시위를 당기는 순간 숨소리조차 죽여야 하는 양궁 관전 에티켓에 무지한 나라들이 많아 대비가 필요했고, 자연스레 시끌벅적한 프로야구장을 떠올린 것이다. 문형철(58) 대표팀 총 감독은 “실외 구장은 우천 등으로 인해 관중이 적을 때도 있어 이번에는 돔구장을 택했는데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이기식 감독이 이끄는 미국은 바람의 영향에 대처하기 위해 퇴역 후 관광용으로 쓰는 미드웨이 항공모함 위에서 훈련을 해 왔다. 이 감독은 경기에 앞서 “4년 전 (런던올림픽) 승리는 바람을 읽어낸 것이 주효했다. 경기에서는 실력뿐 아니라 흐름이 중요하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결국 바람 한 점 없는 돔구장 훈련 앞에 무릎을 꿇었다. 대표팀은 돔구장 훈련비법에 이어 태릉선수촌에서도 리우 삼보드로무 경기장을 본뜬 ‘모의 삼보드로무’를 만들어 환경 적응력을 높였다.
김우진-구본찬(23ㆍ현대제철)-이승윤(21ㆍ코오롱엑스텐보이즈)으로 이뤄진 대표팀은 이날 리우의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미국을 세트점수 6-0(60-57 58-57 59-56)으로 완파, 8년 만에 세계 정상을 탈환했다. 특히 구본찬은 1~3세트에서 쏜 6발 모두 10점 과녁에 맞으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남자 양궁은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단체전 3연패를 달성했으나 2012년 런던 대회에서 미국에 패해 동메달에 그쳤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 대회 1세트에서 6발 모두를 10점 과녁에 명중시키는 ‘퍼펙트 게임’으로 금메달을 예견했다. 2세트 28-27로 한국이 앞선 상황에서 미국이 먼저 막판 3발을 모두 10점에 맞췄지만, 한국 역시 10점 3발로 응수해 2점을 챙겼다. 한국은 3세트 막판 브래디 엘리슨(미국)의 8점 실수를 놓치지 않으며 승리를 확정 지었다. 세트제 방식에서는 양팀 선수들이 한 발씩 돌아가면서 세트당 6발을 쏘고, 세트마다 점수를 합한다. 합산 후 이기면 2점, 비기면 1점, 지면 0점을 받는다.
런던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던 한을 풀고 금메달을 목에 건 김우진은 “원숭이띠인데, 올해가 원숭이의 해라서 운 좋게 금메달을 땄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색하며 “준비와 노력을 많이 했기 때문에 오늘의 결과가 있는 것이다. 운이 좋아서 금메달을 딴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훈련량을 묻는 또 다른 미국 기자의 질문에는 “숫자를 자세히 세보지는 않았는데 하루에 400발, 많으면 600발까지 쏘는 것 같다”고 말하자 기자회견장이 순간 술렁거리기도 했다.
한편 이번 대회부터 양궁 경기는 확대경을 통해 육안으로 점수를 판정하던 방식에서 탈피, ‘빌트 인 스캔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과녁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과녁에 설치된 두 개의 스캐너가 화살이 과녁에 적중하는 순간 동시에 중심점으로부터 떨어진 화살의 가로ㆍ세로 거리를 분석해 0.2㎜ 이하의 차이까지 파악할 수 있다.
리우=윤태석기자 spo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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