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를 위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비정규직 보호를 공약한지 2년 만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35세 이상 기간제 및 파견 근로자의 사용기한을 본인이 원할 경우 최장 4년까지(현재 2년) 연장할 수 있게 하고, 해고의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는 방안 등이 골자다.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선 방안 마련에 나선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이를 안건으로 보고하고 논의를 요청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노사정위에 참여한 한국노총과 불참한 민주노총 모두 “비정규직 양산 대책”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경총도 “비정규직 고용 규제만 강화한 대책”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고용형태별 맞춤형 대책”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학계와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비정규직 차별해소 대책이 미흡한데다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로 인해 되레 비정규직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물론 비정규직으로 3개월 이상(현재는 1년) 일하면 퇴직금을 지급하고, 기간 연장 후 정규직 전환이 안 되면 임금의 10%인 이직수당까지 주도록 하고, 계약갱신 횟수를 2년에 3회로 제한하는 등 진일보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비정규직 차별금지 법규를 무시한 온갖 편법이 횡행하는 현실에서 실효성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런 마당에 기간제 사용기한을 4년으로 늘릴 경우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4년을 일해도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법을 지켜 2년 이상 근무시 정규직으로 채용하던 기업들까지 기한 연장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한국노총의 비정규직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0% 이상이 ‘기업의 정규직 회피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기간 연장에 반대했다고 한다.
정부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는 기간 연장 등 편법을 동원해 고용률 수치를 높이는 데 급급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비롯한 비정규직 차별해소의 핵심을 등한시했다는 것이다. 정규직을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끌어내겠다는 발상도, 이번 대책을 ‘규제 강화’라고 비판하는 경총의 반응을 보면 어불성설이다. 55세 이상에 한해 파견근로를 전 업종으로 확대한 것도 질 나쁜 일자리를 양산해 장기적으로 국가경제의 기반을 갉아먹는 근시안적 접근이다.
노사정위는 내년 3월까지 비정규직 대책을 포함한 3개 의제를 우선 논의할 방침이다. 정부뿐 아니라 한국노총과 경총도 각기 대책을 내놓은 만큼 신중하고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방안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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