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권준수의 마음의 窓] 새해 계획은 왜 항상 실패할까?

알림

[권준수의 마음의 窓] 새해 계획은 왜 항상 실패할까?

입력
2018.01.22 16:00
24면
0 0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많은 사람이 새해 계획을 세운다. 올해는 다이어트와 건강관리가 60% 정도로 가장 많고, 자기계발, 외국어 공부 등이 뒤를 잇는다고 한다. 하지만 80% 정도는 3개월도 지속하지 못하고, 작심삼일로 끝나는 사람도 16%나 된다.

그래서 새해 계획을 지속하기 위해 방법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의지를 굳게 가지라,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하라, 목표를 과도하게 잡지 마라, 우선 순위를 정하라, 동기를 명확히 하라 등등. 실행만 하면 좋은 권고가 많지만 대부분 지속하지 못한다. 왜 이럴까?

인간은 대부분 자신의 행동을 쉽게 조절하지 못한다. 나이 들수록 더 그렇다. 생각이나 행동이 뇌에서 나오므로 고령인의 뇌는 젊은이보다 딱딱해 뇌 기능이 쉽게 바뀌기 어렵다.

생각이나 행동은 뇌 신경망 연결에 의해 결정된다. 같은 생각이나 행동을 반복하면 관련 뇌 신경회로 사이의 고리인 시냅스가 더욱 잘 연결돼 특정 패턴이 형성된다. 강화된 신경회로망의 특정 패턴과 관련된 행동은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쉽게 표현된다. 즉 반복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특정 뇌 신경 연결을 강화하고, 외부 자극에 쉽게 반응해 습관화되는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

어릴수록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뇌 신경회로는 자그마한 자극에도 쉽게 바뀐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경망이 결국 생각이나 감정, 행동을 만들고, 성격까지도 형성한다. 그러기에 어릴 때 부모ㆍ또래 관계 등 주위 환경이 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폭력ㆍ비행ㆍ중독ㆍ충동적 행동 같은 사회문제를 줄이려면 어릴 때부터 건강한 대인관계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새해 계획은 자신의 습관을 바꾸는 일이 많다. 운동, 금주, 금연, 다이어트 등등. 뇌 측면에서 보면 이미 오랫동안 강화된 신경망 기능을 바꾸는 일이다. 그것도 어릴 때부터 습관화된 행동을 나이가 들어 바꾸려 하니 쉬울 리 없다. 며칠간 마음을 다져 먹고 시작하지만,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습관화된 행동을 돌아가게 된다.

과거 뇌는 특정 시기에 발달하고, 어른이 되면 퇴화돼 신경세포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죽을 때까지 외부자극에 끊임없이 반응해 신경세포가 새로 만들어지면서 신경망 연결도 바뀐다고 한다. 이 같은 새로운 외부자극으로 뇌 기능이 바뀌는 ‘뇌가소성’이 치료와 재활에도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새해 계획에 성공하려면 강화된 뇌신경망을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행동을 통해 연결망이 바뀌는 뇌가소성이 생겨야 한다. 연결망이 많이 생길수록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습관화된 행동을 바꿀 수 있다. 오랫동안 만들어진 강화된 신경망과 새로 생긴 연결망과의 싸움으로 규정할 수 있다. 오랫동안 만들어진 강화된 신경망이 대부분 승리한다. 매년 새해 계획이 실패하는 이유다.

새해 계획에 성공하려면 강화된 신경망을 바꿀 정도로 힘을 키울 수밖에 없다. 신경망을 새로 만들려면 새로운 행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반복행동이 관건이다. 행동을 반복할수록 뇌가소성이 쉽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보상이 중요하다. 그래야 의지가 생기게 때문이다.

새해 계획은 짧은 시간이라도 반복하면서 매일 작은 보상이 있도록 과도하게 설계하지 말아야 한다. 외부에서 주든, 자기 만족감이든 보상을 통해 새로운 행동을 하는 힘을 키워 오랫동안 형성된 습관을 바꿔야 한다. 새로운 행동을 어느 정도 지속하면 신경망이 새로 만들어져 힘들이지 않고 새로운 습관을 지속할 수 있다.

새해 계획에 성공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한 가지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해 매일 짧은 시간이라도 반복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목표를 어느 정도 지속하면 이를 쉽게 유지할 수 있다. 올해의 새해 계획이 내년의 새해 계획이 되지 않도록 작은 것부터 반복적으로 노력해 행복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