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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 공모 30조 몰려 공모주 시장 시중자금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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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 공모 30조 몰려 공모주 시장 시중자금 블랙홀

입력
2014.12.1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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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증거금 역대 최대 '신기록' 저금리로 갈 곳 없는 돈 쏠려

10~11일 실시된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에 사상 최대인 30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핵심 계열사라는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면도 있지만, 초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거대 뭉칫돈이 먹잇감마다 몰려다니며 치고 빠지는 머니무브 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관련기사 18면

11일 제일모직 상장주관사인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이틀간의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 마감 결과, 총 574만9,990주 모집(공모금액 1조5,237억원)에 11억2,057만8,920주의 청약이 접수돼 194.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제일모직 주식을 사겠다고 나선 청약증거금은 무려 30조649억원. 국내 주식공모(IPO) 사상 최대의 청약증거금이 몰렸던 2010년 삼성생명(19조8,444억원)을 10조원 이상 훌쩍 넘어선 규모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흥행을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번 제일모직 공모 흥행은 최근 재테크 환경과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浮動)화 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시중 단기 부동자금은 지난해 말 713조원에서 빠르게 증가해 8월말 757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11월말에는 800조원에 육박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 예금금리가 1%대로 떨어지며 세금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경우 제로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저수익 환경을 견디지 못하는 자금이 초단기 수익을 좇아 떠돌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9월 국내 은행권의 2년 미만 정기 예ㆍ적금 잔액은 6조원이나 줄어 11년 만에 가장 큰 월간 감소폭을 보였다. 시중 전체 유동성에서 현금자산(M1)이 차지하는 비중(9월 기준 19.9%)도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상태다.

특히 최근 들어 공모 시장은 이처럼 갈 곳 없는 부동자금의 블랙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달 15조5,520억원의 자금이 몰렸던 삼성SDS 공모청약을 비롯, 올해 이뤄진 BFG리테일(4조5,789억원), 쿠쿠전자(4조4,631억원) 등 청약 때마다 공모금액의 수십 배에 달하는 뭉칫돈들이 몰려든 바 있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저금리에 부동산 시장까지 얼어붙은 상황에서 수익을 내는 투자상품들이 전무한 현실을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주식을 배정받지 못한 자금들의 향후 행보다. 일각에선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오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지만, 다른 한편에선 또 다시 대박 투자처를 찾아 배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마 팀장은 “시장에 넘쳐나는 부동자금들이 예금금리보다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좇아 내년 상반기까지 우량 공모주 투자에 앞다퉈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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