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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용인 ‘보정동 카페거리’의 교훈

입력
2016.08.1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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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왼쪽 두번째) 중소기업청장이 3일 경기도 용인 보정동 카페거리에서 열린 소상공인 해외진출 간담회에서 소상공인들의 건의 및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제공
주영섭(왼쪽 두번째) 중소기업청장이 3일 경기도 용인 보정동 카페거리에서 열린 소상공인 해외진출 간담회에서 소상공인들의 건의 및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제공

경기 용인시 대표 상권인 ‘보정동 카페거리’를 수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2018년을 목표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에 국내 소상공인들의 점포를 한데 모은 ‘K타운’을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보정동 카페거리는 십수년 전만 해도 일반 주택가에 점포 몇 개가 있었던 평범한 동네였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특색 있는 카페와 제과점 등 126곳의 점포가 차례로 들어서더니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로 떠올랐다. 지역 소상공인들이 용인시청, 단국대학교 등과 힘을 합쳐 특색 있는 상권을 활성화하고 나아가 해외시장까지 개척하게 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보정동 카페거리의 성공 배경에는 임차 운영자인 지역 소상공인들의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마케팅과 고객 만족 활동이 있다. 매장마다 개성 있는 제품과 이색적인 인테리어로 손님을 맞이하고, 독자적 문화상품권 발행, 포토존 설치 등 홍보에 주력한 점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보정동 카페거리는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들어설 수 없을 정도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되었으며, 대형 프랜차이즈가 들어와 임대료를 올려 원거주자는 다른 곳으로 떠밀려 나가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도 이 상권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에 각종 규제를 적극적으로 철폐하거나 완화한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는 카페거리 성공의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용인시는 카페거리 일대의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공영주차장을 설치하고 상인회가 주차장을 위탁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규제개혁으로 힘을 보탰다.

최근 정부의 각종 규제 철폐 및 개선 노력으로 오랜 기간 소상공인과 소기업 활성화에 굴레로 작용해왔던 잘못된 규제의 실타래가 하나 둘씩 풀리고 있어 반갑다. 최근 국무조정실은 규제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 규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민부담 경감을 위한 행정규제 업무처리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지침에는 규제비용관리제 실시, 네거티브 규제방식 우선 적용, 규제 일몰제 강화, 소상공인ㆍ소기업 규제경감, 고시ㆍ훈련 행정예고제 등이 담겼다. 지침에 따르면 소상공인ㆍ소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려면 반드시 규제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소상공인은 우리나라 경제의 풀뿌리와 같은 존재이다. 전국적으로 자영업자와 전통시장 상인 등을 포함한 소상공인 수는 600만명을 웃돈다. 부양가족까지 합치면 전체 국민의 40%인 2,000만명의 생계가 이들에게 달려 있다. 소상공인이 살아야 우리 경제의 하부구조가 튼튼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지속적인 글로벌 저성장 기조와 경기침체로 폐업이 늘고 있는 등 소상공인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이번 규제 철폐와 개선 노력이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가뭄의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역시 이번 규제 완화 대책이 일선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뿌리내려 소상공인들이 규제 완화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

규제개혁은 일회성 정책과 선언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지난한 과제다. 꾸준한 인내심을 갖고 뿌리째 뽑아야 성공할 수 있다. 특히 규제의 대상이 되는 일선 현장의 목소리에 지속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끊임없는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규제개혁으로 숨통이 트이고 여유가 생긴 소상공인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마케팅 노력으로 보정동 카페거리를 성공시키고 해외진출까지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규제개혁과 창의성이라는 양 날개로 무장한 우리 소상공인들의 성공모델이 글로벌 시장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일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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