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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장, 사람 못 구해 로봇 도입 발벗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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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장, 사람 못 구해 로봇 도입 발벗고 나서

입력
2017.07.0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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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ㆍ인도보다 높은 임금에

광둥성ㆍ후베이성 공장 40%가

수지타산 안 맞자 생산 자동화

“요즘 사람 구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중국 후베이(湖北)성 한촨(漢川)시에서 유모차 공장을 운영하는 후청펑(34)씨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심각한 구인난을 호소했다. 매년 임금인상률이 두 자릿수에 이르지만 이 공장의 종업원 이직률은 20%에 달한다. 100명을 뽑아봐야 1년 안에 곧바로 20명이 회사를 나가버린다는 얘기. 공장 가동률이 낮으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람 구하기는 후씨의 지상과제와도 같다. 그럼에도 종업원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사람이 가장 많이 사는 나라에서 사람 구하기가 가장 어렵다니 정말일까? 그가 사는 후베이성(인구 5,800만명)만 하더라도 한국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는데?

로봇을 이용해 공장에서 생산을 하는 중국 근로자의 모습. 신화통신
로봇을 이용해 공장에서 생산을 하는 중국 근로자의 모습. 신화통신

중국 저임금 시대의 종언

중국이 값싼 노동력 풍부한 나라라는 건 이미 과거의 얘기가 됐다. 지금 중국 제조업에서는 매년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이 계속되면서 고임금을 이기지 못한 공장 경영자들이 빠르게 로봇과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9일 블룸버그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2015년말 기준으로 중국 제조업의 평균 월급여는 4,126위안(약 70만원)이다. 지난 10년 간 약 2배 이상 오른 수치다. 이는 브라질과 비슷한 수준이고, 멕시코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 등 다른 신흥국의 평균 임금보다는 훨씬 많다. 중국이 풍부하고 싼 노동력으로 외국 자본을 유치해 ‘세계의 공장’으로 군림하던 시절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임금이 매년 두 자릿수 이상으로 오르자 더 높은 임금을 찾아 이 회사 저 회사를 떠돌아 다니는 근로자도 많아졌다. 홍콩과기대(HKUST)가 광둥(廣東)성과 후베이성의 회사 1,200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광둥성 근로자 중 26%가 매년 회사를 옮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률은 근로자가 젊을수록 특히 심한데, 28세 이하 근로자의 이직률은 37%에 달했다. 이들 젊은 근로자를 잡아 두려면 임금을 더 높여 줘야 하는데, 그러면 또 더 임금을 많이 주는 곳으로 빠져 나가 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중국과 멕시코의 시간당 임금 추이 <자료: 뱅크오브아메리카>
중국과 멕시코의 시간당 임금 추이 <자료: 뱅크오브아메리카>

정부 보조금으로 버티는 중국 제조업

문제는 오르는 임금만큼 노동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어서 중국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홍콩과기대가 지난달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광둥성과 후베이성 공장의 절반 이상이 정부로부터 각종 형태의 보조금을 받고 있었다. 정부 보조금의 규모는 평균적으로 매출의 2.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금 면제나 환급 등 세제지원을 받는 곳도 많다.

이와 관련 앨버트 박 홍콩과기대 교수(노동경제학자)는 “중국 제조업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빠르게 끝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제조업이 대부분 저부가가치의 박리다매라는 점에서 볼 때 2.6%의 정부 보조금을 제한다면 상당수 기업들이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이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지금 상황은 정경유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키운다. 공장 경영주의 약 23%가 지방의회나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 속해 있고, 39%는 현직 공산당원이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실린 만평. 과거 저임금으로 조악한 상품만 만들던 중국이 앞으로는 기술로 무장해 첨단 제품을 세계에 팔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중국 제조업이 첨단 산업으로 탈바꿈하는 체질 개선이 먼저 이뤄질 지, 중국 제조업의 대외적 가격 경쟁력 상실이 먼저 올지는 확실치 않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실린 만평. 과거 저임금으로 조악한 상품만 만들던 중국이 앞으로는 기술로 무장해 첨단 제품을 세계에 팔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중국 제조업이 첨단 산업으로 탈바꿈하는 체질 개선이 먼저 이뤄질 지, 중국 제조업의 대외적 가격 경쟁력 상실이 먼저 올지는 확실치 않다.

대안은 로봇과 자동화지만…

정부 보조가 없으면 고임금을 버티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이 찾은 대안이 바로 공장의 자동화다. 광둥성과 후베이성의 공장 중에서 40%가 생산 자동화 시스템을 이미 도입한 단계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중국이 2020년까지 로보틱스(로봇공학) 분야에 투입하게 되는 재원은 590억달러(약 68조1,8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앞서 등장했던 한촨시 유모차 공장 역시나 올해 개당 가격이 4만 위안(약 679만원)인 플라스틱 금형 로봇 40개를 도입했다.

중국 정부도 ‘로봇굴기’를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2014년 로봇혁명을 강조하며 중국 로봇 기업들이 110억 달러 규모의 세계 로봇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만 중국에 9만여대의 로봇이 설치됐는데, 이는 전세계 설치량의 30%에 달하는 비율이다.

하지만 로봇을 통해 제조업 생산력을 확충하는 것이 꼭 올바른 선택만은 아니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앨버트 박 교수는 중국의 고정자본 투자율이 줄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자본에 대한 투자가 주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국제 시장의 미래 수요가 생산량(공급) 확대를 뒷받침해 줄 지가 불분명하다는 얘기다.

상당수 중국 기업들이 정부로부터 광범위한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적자를 내고 있는 현실을 보더라도 중국의 경제 상황은 그리 밝다고만 할 수는 없다. 보조금을 받음에도 약 20%의 중국 기업들이 적자 상태인데, 특히 보조금을 더 많이 받고 있는 국영기업의 적자 비율이 26%로 오히려 높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계속 대체한다면 실업률이 높아질 우려도 있다. 높은 실업률은 소비를 줄여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뿐더러 사회 안정을 해치는 원인도 된다.

결국 중국 제조업 기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몰린 셈이다. 지금 바로 사람을 쓰자니 수지가 맞지 않고, 큰 돈을 들여 로봇을 도입하자니 과잉투자가 될 우려가 큰 상황이다.

중국이 비교적 이른 시간에 현재 노동ㆍ자본 집약적 산업구조를 기술 위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면 이 딜레마가 해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산업구조 개편보다 가격 경쟁력 약화가 먼저 오게 된다면 중국은 중진국 함정(개발도상국이 발전 초기 단계에는 고도성장을 하다가 중진국 단계에서 성장동력이 급속히 약화돼 선진국으로 도약하지 못하는 현상)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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