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2일 예산안에다 5개 쟁점법안의 처리를 연계해 여의도 국회는 극도의 혼란을 겪었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1일부터 이어진 심야 마라톤 협상 끝에 가까스로 합의했지만 야당 내부에서 국회법 위반 지적 등 졸속 논란이 일면서 번복되는 듯하다 결국은 합의 이행으로 결론 났다. 이 과정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은 새누리당의 압박에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 들어 상황을 종료시켰다. 각 상임위에서도 여야간 이견이 있는 쟁점법안을 두고 충돌이 이어지는 등 국회는 종일 시끄러웠다.
법사위원장 제동에 한때 쟁점법안 처리 무산 위기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새벽 예산안과 5개 쟁점법안 처리에 전격 합의했다. 양당 원내대표는 새벽 2시쯤 합의문을 발표하고 환한 모습으로 헤어졌다.
하지만 여야 합의는 채 반나절을 넘기지 못했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최소한의 숙려기간도 거치지 못한 채 처리할 수 없다”면서 5개 법안의 법사위 상정을 하지 못하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여기에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까지 거들고 나섰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누리과정으로는 한 푼도 받는 게 없다”며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나섰다. 그는 심야 협상에 대해서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사과를 전제로 어젯밤 9시부터 법안협상이 재개됐지만, 협상장에 나타나 공식 사과하겠다던 김 대표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이것도 거짓말했다”고 비판했다.
심야 합의의 번복 가능성이 높아지자 여야 지도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수습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해 야당의 제동을 강력히 비난했다.
문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정의화 의장은 예산안과 법안처리를 조율하기 위해 여야 원내지도부를 따로 불렀다. 이 자리에서 정 의장은 5개 쟁점 법안의 원만한 본회의 처리를 당부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여야 원내대표가 5개 쟁점법안의 이날 본회의 처리에 합의한 만큼 정 의장이 직권상정할 것을 요청했다. 정 의장은 심도 있는 법안 심사를 위해 심사기일을 지정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으려 했으나 불발됐다. 때문에 이 자리에서는 쟁점법안 처리를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오후 본회의를 개최해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데에만 의견접근을 이뤘다.
새누리 지도부, 잇따라 정 의장 만나 직권상정 압박
쟁점 법안처리가 사실상 문 건너가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새누리당 지도부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김무성 대표는 정 의장과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 직후 다시 원내 지도부를 대동한 채 국회 의장실을 찾아 재차 직권상정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긴급 소집한 의총이 진행되는 도중 따로 정 의장을 찾았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날 저녁 국회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의장은 한때 양당 원내대표를 향해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한다면 오는 8일께 심사기간을 지정하겠다”고 설득했다. 직권상정이란 부담스런 카드를 쓰기보다 여야에 시간을 더 주고 원만히 합의 처리하도록 유도하려던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예산안 법정시한인 이날을 심사기간으로 지정해 달라고 거듭 요구했고, 결국 정 의장은 직권상정을 결정했다.
예산안과 쟁점법안 처리가 우여곡절을 겪은 데는 합의 자체가 부실한 탓도 적지 않다. 5개 쟁점법안을 제외한 주요 법안의 처리 여부에 대해 ‘정기국회 내 합의처리’라고 명시한 문구에 대해서도 당장 새정치연합은 “각 상임위별로 알아서 심사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정의당은 “거대 양당의 밀실 합의 탓”이라고 꼬집었다. 서기호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합의는 비교섭단체 국회의원들의 입법 권한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정기국회가 아직 일주일이나 남은만큼 양당 지도부만의 합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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