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재현 기자

등록 : 2018.05.25 16:42
수정 : 2018.05.25 23:28

5차례 핵실험한 2번갱도 공개… 취재진 원산 귀환 후 외출 막아

풍계리 핵실험장 이모저모

등록 : 2018.05.25 16:42
수정 : 2018.05.25 23:28

가장 큰 규모의 3번 갱도

콘크리트 벽 두께가 20㎝

미래 핵실험용 4번 갱도

외문ㆍ벽면 모두 통나무로

폭파 후 암석ㆍ파편에 길 막히고

30분 넘도록 돌 흘러내리기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위한 폭파가 24일 진행된 가운데 북한 군인이 핵실험장 3번 갱도 앞을 지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쪽(3번)과 서쪽(4번) 갱도들은 이미 진행한 핵실험들에 의해 자그마한 피해도 입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생생히 보존되고 있다.”(강경호 북한 핵무기연구소 부소장)

북한은 24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 취재를 위해 폭파 현장을 찾은 한ㆍ미ㆍ영ㆍ중ㆍ러 5개국 취재진에게 2, 3, 4번 갱도의 외문(外問)을 열어 생생한 내부 모습을 공개했다.2006년 제1차 핵실험부터 11년 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실제 실험장소의 내부를 일부나마 국제사회에 알린 것이다. 특히 2번 갱도는 5차례(2~6차) 핵실험이 있었던 핵심 시설로, 방사능 유출과 붕괴 등 우려로 취재진에 공개하지 않을 거란 예측이 다수였다.

취재진은 이날 오전 7시 17분 특별열차에서 승합차로 옮겨 타고 풍계리 재덕역에서 핵실험장으로 출발했다. 핵실험장까지 소요된 약 1시간 중 민간지역은 5분에 불과했고, 55분간은 일정 간격으로 군 초소와 초병들이 실험장으로 향하는 길목을 지켰다.

강경호 부소장은 오전 8시 19분 현장에 도착한 취재진에 약 30분 동안 갱도 상황과 폭파 과정에 대한 설명 후 2번 갱도로 안내했다. 북측 관계자는 안전조치로 취재진에 노란색 안전모를 지급했고, 의료 관계자 3명이 구급약 박스 2개를 들고 뒤따랐다. “방사능 누출이나 조치는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이들은 “아무 문제 없다”고 짧게 답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가 24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 전 취재진에게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번 갱도 규모 5.7 핵실험 지진에도 건재

2번 갱도는 건재했다. 지난해 9월 최소 50kt(1킬로톤=TNT폭약 1,000톤) 파괴력의 제6차 핵실험으로 규모 5.7의 강진을 일으켰던 곳이다. 갱도는 폭 2m, 높이 2.5m의 반원형 터널로 안쪽 2m 지점 벽면 곳곳이 뚫려 다이너마이트가 설치돼 있었다. 갱도는 안쪽 약 5m 지점이 벽으로 막혀 있었고, 북측 관계자는 “원래는 뚫려 있었는데 막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측 관계자는 뒤이어 취재진을 4번 갱도로 안내했다. 4번 갱도는 ‘미래 핵실험’을 위해 굴착한 곳으로 지난해 4월부터 굴착 동향이 군 당국에 포착된 곳이다. “아주 강력한 핵실험을 안전하게 수행하기 위해 준비”됐다는 4번 갱도는 외문과 벽면 모두 통나무로 둘러싸여 있었다. 갱도는 안쪽 20m 지점에서 막혀 있었다. 북측 관계자는 “내부부터 폭파한 뒤 입구를 마지막에 폭파해서 완전히 막는다”고 설명했다.

두 갱도의 답사를 마친 뒤 2번 갱도의 폭파부터 진행됐다. “촬영 준비됐나. 주의. 3!, 2!, 1!”이란 북측 관계자의 우렁찬 외침 후 핵실험장을 둘러싼 만탑산을 흔드는 묵직한 굉음이 들렸다. 갱도 입구에서 연기와 함께 흙과 부서진 바위가 사방으로 튀었다. 이후 두 차례 내부에서 폭음이 울렸고 15초 뒤 부근 관측소도 폭파됐다. 북측 관계자는 “벽에 다이너마이트를 박고 무너지도록 했다. 총 8개의 폭약을 심었다”고 설명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4번 갱도가 폭파되는 장면. 사진공동취재단

3번 갱도 앞 개울물 마셔보라 권유도

취재진은 오후 1시 점심식사를 마치고 3번 갱도로 향했다. 갱도 중 가장 큰 규모라는 3번 갱도는 콘크리트 벽 두께가 20㎝에 달했다. 갱도 옆 개울가에서 북한 매체 기자가 취재진에 물을 직접 마셔볼 것을 권했다. “파는 신덕 샘물이 pH(물의 산도) 7.4인데, 이 물은 pH 7.15로 마시기 더 좋다. 방사능 오염 없다”고 강조하면서다.

4번(오후 2시 17분)와 3번(오후 4시 2분) 갱도 폭파도 ‘꽝’하는 소리와 함께 진행됐다. 암석 파편들이 길 아래까지 쏟아져 길목을 막았고, 3번 갱도 부근은 폭파 후 30분이 넘도록 돌들이 흘러내릴 정도였다. 3개 갱도 폭파까지 완료되자 북측 관계자는 무전으로 “모두 성과적으로 끝났다” “축하한다”는 말을 주고 받았다.

지난 23일 북한 강원도 원산역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향하는 특별열차에 탑승하는 취재진. 사진공동취재단

특별열차에서 북미회담 무산소식 우연히 들어

한편 일정을 마친 취재진은 특별열차를 타고 원산으로 돌아가다 밤 12시쯤 북측 관계자가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듣고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알았다. “트럼프가 회담 취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며 화난듯한 웅성거림이 벽 너머로 들려왔다. 우리측 취재진이 “한반도에 전쟁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니 북측 관계자는 “일단 호텔로 돌아가면 그간 진행된 상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25일 원산에 도착한 취재진은 이상기류를 알렸다. CNN 윌 리플리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북측이 취재진이 ‘창문 밖을 내다보지 말고 안에 있으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호텔 보안이 강화되는 징후도 발견됐다고 했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풍계리=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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