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3당 합당 이후 손잡아
DJㆍ노무현 집권 이뤄내
대북송금 특검ㆍ열린우리당 창당
노무현 탄핵 등 거치며 앙금의 골
총선 이후 재결합 가능성은 있어
“호남 민심 좌우할 만한 힘 안돼”
탈당 파괴력 평가절하 시각도
호남 향배 따라 야권구도 재편 전망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가신 그룹인 동교동계의 좌장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고문이 12일 탈당 선언과 함께 동교동계 인사 80여명을 이끌고 당을 떠났다. 앞서 김동철 임내현 등 호남 현역 의원 7명이 탈당한 데 이은 것으로, 사실상 호남 정치세력의 대규모 이탈에 정점을 찍는 격이다. 13일 주승용(전남 여수을) 장병완(광주 남구) 의원의 추가 탈당이 예고돼 있고 박지원(전남 목포) 의원도 조만간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탈당이 직접적으로는 친노그룹과 동교동계의 결별이지만, 호남 정치세력의 대규모 이탈이 더해지면서 멀리 보면 1991년, 본격적으로 1997년 형성됐던 야권 주축세력의 해체를 의미한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친노로 세력화한 영남 개혁파와 호남 세력간 25년간의 동거 체제가 사실상 마감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호남 민심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간 주도권 경쟁은 향후 전개될 야권 주축 세력의 재편 방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동교동계-친노그룹 끝내 앙금 못 풀어
이번에 파산 상태에 처한 친노그룹과 호남 정치세력간 동거 체제는 역사적으로 거슬러가면 1990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 이후에 재편된 야권 지형에서 비롯됐다. 3당 합당에 반발하며 야권에 잔류한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영남 개혁파와 동교동계로 대표되는 호남정치세력은 1991년 손을 잡은 뒤 1995년 DJ의 정계복귀를 두고 한 때 갈라섰다가 1997년 대선에서 다시 결합했다. 두 세력은 때로 분열의 시기를 겪기도 했으나 지난 25년 야권을 지탱해왔던 두 기둥이었다. 실제 두 세력의 동거는 DJ와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을 일궈 낸 성공적 결합이었다.
그러나 당의 소수세력이었던 영남 개혁파가 노 전 대통령 당선과 함께 386 세대를 흡수, 당의 주류가 되고 호남세력이 차츰 비주류로 밀려나면서 불편한 관계가 시작됐다. 특히 2003년 대북 송금 특검과 열린우리당 창당,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두 세력이 극심한 갈등을 겪은 이후 야권이 집권에 실패하며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친노 대 비노’간 갈등의 형태로 드러난 두 세력은 끝내 지난 10여년의 앙금을 풀지 못한 채 갈라서고 만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호남세력과 친노의 대결 구도가 지속되면서 야당 지지율이 바닥을 기었다”며 “동교동계의 탈당은 친노와 호남이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못하고 결별한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두 세력 분리로 야권 군소 정당화 우려
그러나 친노와 호남세력이 이로써 완전히 ‘이혼’했다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들이 그간 여러 차례 결별과 통합의 수순을 되풀이했다는 점에서 총선 이후 다시 결합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더구나 동교동계가 과거만큼 호남 민심을 좌지우지할 만한 힘을 지녔다고 보기 어려운데다 호남 내에선 현역 의원들의 물갈이 여론도 적지 않다. 더민주를 이탈한 동교동계와 호남 현역 의원들이 호남 민심을 대표하는 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센터장은 “현재 호남 민심은 호남 현역 의원들에 대한 반감과 문재인 대표를 포함한 친노 그룹에 대한 반감이 공존한 상태”라고 말했다.
때문에 4월 총선에서 누가 호남 민심을 가져오느냐가 야권 구도 재편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가 4ㆍ13 총선을 통해 호남 정치의 신진 세력을 창출한다면 영남 개혁파와 호남세력간 정치적 결합은 새로운 2기 시대를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과 기존 호남 세력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이 호남 민심을 잡게 된다면 야권은 이합집산의 새로운 판짜기가 불가피해진다. 일각에서는 야권 주축이었던 두 세력의 분리로 자칫 야권이 ‘호남 자민련’ 등 군소 정당으로 난립해 사실상 새누리당 독점의 정치 체제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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