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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중국 권력지도 재편… 천민얼, 몇 번째로 단상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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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중국 권력지도 재편… 천민얼, 몇 번째로 단상 오를까

입력
2017.09.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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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1인 체제 더욱 공고화 계기” 전망

당헌에 ‘시진핑’ 명기되면 마오쩌둥 반열

10년 임기 관례 깨고 향후 3연임 나설 수도

‘반부패 드라이브’ 왕치산 거취도 주목

천민얼ㆍ후춘화 등 차세대 리더 승진여부에 촉각

1일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天安門) 광장에 한 경찰관이 마오쩌둥의 대형 초상화를 뒤로 한 채 근무를 서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1일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天安門) 광장에 한 경찰관이 마오쩌둥의 대형 초상화를 뒤로 한 채 근무를 서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2기 체제의 권력지도가 드러날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오는 10월 18일 개최된다. 약 일주일간 진행될 당대회를 통해 시진핑 1인 체제가 더욱 공고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중국 정치체제의 다층적 견제ㆍ경쟁구도를 감안하면 당대회 직전까지도 치열한 권력암투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치열한 경쟁과 능력주의에 기반한 중국의 정치시스템

중국은 흔히 일당독재국가로 불리지만 공산당만 있는 건 아니다. 직능ㆍ지역 등에 따라 구성된 8개의 정당이 더 존재한다. 지난달 24일 주중대사관이 주최한 한중수교 25주년 행사에 중국 측 주빈으로 참석한 완강(萬鋼) 과학기술부장 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은 치공당의 중앙주석이기도 하다. 물론 이들 정당 모두 공산당의 영도력을 인정하면서 통일전선체의 형식으로 활동하는 공산당의 협조기관에 가깝다.

중국 공산당은 철저한 경쟁시스템 속에서 능력 있는 지도자를 선출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전국적으로 8,800만명의 당원이 있고,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를 앞두고 전체 당원 가운데 각종 조직ㆍ기구ㆍ지방대표 3,000여명이 선출된다. 이들 전국대표는 당대회에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위원회를 구성한다. 중앙위원회는 200여명으로 구성되는데 궐석에 대비해 후보위원까지 선출한다. 현재 중앙위원은 205명이고 후보위원은 161명이다.

중앙위원회는 매년 한두 차례 전체회의를 개최한다. 지난해 10월 시진핑 주석에게 ‘핵심’ 호칭을 부여했던 ‘18기 6중전회’는 18차 당대회에서 구성된 중앙위원회의 여섯번째 전체회의의 명칭이다. 중앙위원회는 비회기 기간 중 권한을 대행할 25명의 중앙정치국 위원을 선출한다. 정치국은 다시 이 중에서 7명의 상무위원을 뽑는데 서열 1위가 공산당 총서기로 국가주석을 겸하게 된다.

공산당원의 자격은 당원 2명의 추천과 당 기관의 심사 및 비준을 거친 만 18세 이상 성인에게만 주어진다. 정부기관부터 학교ㆍ직장 등에 거미줄처럼 뻗쳐 있는 이들 당원 중에서 능력을 검증받은 이들만 몇 단계를 거쳐 지도자가 될 수 있다. 태자당이니 상하이방이니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이니 하는 정파가 존재하고 권력암투가 치열하지만 기본적으로 능력이 뒤쳐지는 이들은 도태할 수밖에 없는 치열한 경쟁체제다.

중국은 정부보다 공산당의 힘이 더 세다. 공산당이 먼저 만들어졌고 이들이 인민해방군을 창건했으며 이후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웠다. 이 때문에 중국은 공산당의 영도 아래 국가가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행정부 격인 국무원의 각 부처에는 부장(장관)이 있지만 실질적인 정책 결정은 공산당 내 해당분야 소조에서 결정된다. 시진핑 주석이 조장을 맡고 있는 12명 안팎의 공산당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 구성원 중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서열이 한참 후순위인 게 단적인 예다. 국무원에 국방부가 있지만 실질적인 군통솔권은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에 있다. 지방행정조직도 마찬가지다. 베이징(北京)시의 경우 시장 위에 당서기가 있고 부시장 위에 당부서기가 있는 식이다.

1일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3~5일 중국 푸젠성 샤먼시에서 열리는 제9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위해 중국을 방문한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과 함께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들어서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1일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3~5일 중국 푸젠성 샤먼시에서 열리는 제9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위해 중국을 방문한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과 함께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들어서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시진핑 사상’이 당장(黨章)에 적시될까

중국 내에서 공산당 당헌인 ‘당장’은 헌법보다 실질적으로 우위에 있다. 당장에 명기된 내용에 따라 중국의 정치시스템이 작동하고 이에 따라 경제ㆍ문화 등 사회 전반의 체계가 구성돼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5년간 펼쳐온 자신의 통치철학을 ‘시진핑 사상’이란 이름으로 체계화해 당장에 명기한다는 건 그가 마오쩌둥(毛澤東)과 같은 반열에 오르는 것이면서 동시에 3연임의 길을 본격화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현행 공산당 당장에는 “마르크스ㆍ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鄧小平) 이론, 3개 대표론과 과학적 발전관을 행동지침으로 삼는다”고 규정돼 있다. 공산당의 지도이념을 차례로 나열하고 있는데 3개 대표론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지도이념이고 과학적 발전관은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제창한 것이다. 마오쩌둥ㆍ덩샤오핑과 달리 장쩌민ㆍ후진타오 두 사람의 이름은 명기돼 있지 않은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이름이 명기되느냐 그렇지 않느냐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

사실 시진핑 사상을 당장에 명기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해왔다. 18기 6중전회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핵심’ 호칭을 부여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다소 유약하다는 평을 들었던 후진타오 전 주석은 10년 내내 핵심으로 불리지 못했지만 정치적으로 지금까지도 적잖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장쩌민 전 주석은 임기 동안 그 호칭으로 불렸다. 시진핑 주석은 이미 지난해 말 장쩌민 전 주석과는 동급의 위상을 갖게 된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노골적으로 ‘시진핑 사상’을 공식화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공산당 중앙조직부가 펴내는 월간지에 관련 논문이 게재되는가 하면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 중 한명으로 꼽히는 차이치(蔡奇) 베이징시 당서기는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 “시진핑 총서기의 중요사상으로 뇌를 무장하자”고 주장했다. 장젠궈(蔣建國) 공산당 중앙선전부 부부장 겸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임은 지난달 초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신이념ㆍ신사상ㆍ신전략은 이미 완벽하고 과학적인 이론으로 실천ㆍ사상 체계가 완성됐다”고 강조했다.

당장에 국부인 마오쩌둥의 ‘사상’이 명기돼 있다는 점에서 시진핑 주석의 이름 석 자가 올라가더라도 그 옆에 ‘사상’이라는 단어가 명기될 지는 미지수다. 신중국을 창업한 마오쩌둥에 비해 시진핑의 반부패ㆍ개혁 드라이브는 아직 미완이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이 내건 중궈멍(中國夢)도 아직은 성취해야 할 목표다. 일각에서 ‘시진핑 이념’이나 ‘시진핑 정신’이란 용어가 사용될 가능성을 제기하는 건 이 때문이다.

단어와 무관하게 당장 개정을 통해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무게감이 커질 경우 그가 덩샤오핑 이후 10년으로 관례화된 최고지도자의 임기 연장에 나설 가능성도 커 보인다. 시진핑도 2022년이면 임기 10년을 마치고 나이도 70세로 7상8하(七上八下ㆍ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퇴임한다)라는 묵계에도 해당한다. 하지만 이미 1인 지배체제를 굳혀가고 있다는 평을 듣는 그가 당장 개정으로 권력집중도를 더욱 키운다면 3연임에 도전할 수 있는 여지는 훨씬 커질 수 있다.

왕치산의 상무위원 연임 가능할까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해외언론의 관심이 가장 집중된 인물 중 한명은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다. 시진핑 주석의 집권 후 권력기반을 다지는 핵심축이었던 반부패 드라이브를 이끈 그의 거취는 자신 뿐만 아니라 시진핑 주석이 어떤 권력지도를 그리고 있느냐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왕치산 서기의 거취를 두고는 계속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 언론에서 낙마설이 나오자 중국 언론은 그의 공개행보 동정보도를 통해 이를 반박하는 식이다. 미국으로 도피한 부동산재벌 궈원구이(郭文貴) 정취안(政泉)홀딩스 회장이 지난 4월 왕치산 서기 일가의 비리를 폭로한 뒤 관영매체에서 한동안 그에 대한 동정보도가 사라졌을 때도 낙마설이 제기됐지만, 그는 얼마 후 시진핑 주석의 신뢰가 두터운 천민얼(陳敏爾) 당시 구이저우(貴州)성 서기를 대동한 채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이를 불식시켰다.

특히 왕치산 서기의 거취에 대한 관심은 그가 올해 69세로 7상8하 묵계의 대상자란 점에서 증폭되는 모습이다. 시진핑 주석이 왕치산 서기를 정치국 상무위원에 유임시킨다는 건 주요 정파간 정치적 합의를 깨는 것이자 집단지도체제라는 중국 정치의 관행과 전통을 깨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자신도 7상8하 묵계를 깨고 3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금융전문가인 왕치산 서기가 최고지도부 내 서열 2위인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끌어내리고 경제분야를 총괄하는 총리 자리를 맡게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 공급측 개혁을 주장해온 시 주석 측은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에 무게를 두고 있는 리 총리 측의 경제정책 방향에 비판적이다. 한 때 리 총리 낙마설이 제기된 배경이기도 하다.

천민얼(오른쪽) 충칭시 당서기.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천민얼(오른쪽) 충칭시 당서기.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천민얼ㆍ후춘화 중 누가 먼저 입장할까

시진핑 주석은 2007년 제17차 당대회를 통해 중앙위원에서 상무위원으로 두 단계 도약하며 5세대 최고지도자 자리를 예약했다. 당시 9명의 상무위원 중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은 모두 7상8하 묵계의 적용 대상이었다. 중앙위원들과 달리 상무위원들은 서열 순으로 단상에 입장한다. 시진핑 주석은 6번째였고 리커창 총리는 7번째였다. 이 때 이미 시진핑과 리커창 두 사람의 차기 권력서열이 정해졌던 셈이다.

현 상무위원 중에는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 외엔 모두 퇴진 대상이다. 왕치산 서기의 거취만 현재 논란의 대상이다. 최소한 4~5명의 상무위원이 새로 진입하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천민얼(陳敏爾) 충칭(重慶)시 당서기와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당서기,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 왕양(汪洋) 부총리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한정(韓正) 상하이(上海)시 당서기의 이름도 자주 오르내린다.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시 당서기의 낙마 이후 차세대의 선두주자는 단연 천민얼ㆍ후춘화 두 사람으로 좁혀진 듯하다. 천민얼 서기는 시진핑ㆍ리커창 두 사람의 전례대로 중앙위원에서 곧바로 두 단계 승진이 유력하고, 후춘화 서기는 쑨정차이 전 서기와 함께 진작부터 차세대 쌍두마차로 단계를 밟아왔다.

천민얼ㆍ후춘화 두 사람이 모두 상무위원에 진입할 경우 누가 먼저 단상에 오르느냐도 중요한 관심사다. 10년 전 시진핑ㆍ리커창 두 사람의 관례에 따라 5년 후에는 각각 국가주석과 총리를 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천민얼 서기를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공청단 출신으로 근래 들어 시진핑 주석에게 충성을 맹세한 후춘화 서기와 달리 그는 진작부터 즈장신쥔(之江新軍ㆍ시진핑 주석의 저장성 인맥)의 대표격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시진핑 주석이 3연임을 염두에 둘 경우 후계자가 부각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란 점에서 두 사람 모두가 상무위원에 진입하지 못하거나 혹은 진입하더라도 끝없는 충성 경쟁을 유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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