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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차비 좀…” 군인만 등친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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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차비 좀…” 군인만 등친 사기

입력
2018.08.13 04:40
수정
2018.08.13 09:07
10면
0 0

 5월부터 2개월간 서울역 인근서 

 복귀하는 군인 상대로만 돈 빌려 

 모두 95명이 1300만원 피해 

기사와 상관없는 사진. 연합뉴스
기사와 상관없는 사진. 연합뉴스

“저, 돈을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26일, 꿀 같은 휴가를 마치고 경기 연천에 있는 부대로 복귀하기 위해 서울역을 찾은 양모(20) 일병에게 40대 남성 A씨가 말을 걸어왔다. 사연인즉슨, 자신이 긴급히 경남 사천으로 가야 하는데 당장 돈도 지갑도 없으니, 돈을 빌려주고 부대와 이름을 알려주면 꼭 갚겠다는 것. 잠시 망설이던 양 일병은 그의 표정이 절박하기도 했거니와 군인으로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민간인을 외면할 수 없어 갖고 있던 현금 8만원 전부를 꺼냈다. A씨에게 돈을 건네려던 순간 “사기 혐의로 체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들이닥친 경찰들이 A씨를 체포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시민들에게 ‘차비’ 명목으로 돈을 빌린 뒤 잠적하는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A씨를 체포하고 상습사기 혐의로 3일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두 달간 서울역 인근에서 부대로 복귀하는 군인만 노려 빌려달라는 수법으로 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한 40대 남성이 서울역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자꾸 돈을 빌린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잠복하던 경찰은 범행을 저지르려던 A씨를 현장에서 붙잡을 수 있었다.

경찰은 A씨가 돈을 빌린 군인들의 소속 부대와 지역, 이름과 연락처 등 인적 사항을 적어놓은 수첩 메모를 보고 피해자가 무려 95명에 달하고 피해액이 1,300만원에 달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A씨 메모에 적힌 인적 사항을 토대로 해당 부대에 연락을 취한 결과, 불이익을 우려해 진술을 거부한 군인을 제외하고 실제로 A씨에게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군인이 다수 확인됐다.

A씨는 부대로 복귀하면 피해 신고가 쉽지 않은 군인만을 노린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대개 군인들이 의심 없이 잘 빌려주기에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 칠 상대가 없어 나라를 지키는 군인을 등쳐 먹는지, 파렴치한 범죄”라며 “사명감과 의무감이 일반인보다 남다른 젊은 군인들이 측은지심에 호소하는 사기에 잘 넘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군인등치는사기. 박구원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군인등치는사기. 박구원기자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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