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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평생학습곡선을 바꿔야 미래가 있다

입력
2017.06.1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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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학기말이다. 한 학기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가 가슴 한편을 푸근하게 감싼다. 하지만 아쉬움 또한 진하게 남는다. 뭔가 얻을 게 있으리란 기대에 부풀어 내 강의를 수강했던 학생들에게 좀 더 열정을 쏟았어야 했다. 이들 수강생의 대다수는 능력이 뛰어남은 물론 노력도 할 만큼 하고 있음에도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무척 힘들어 하고 있지 않은가.

매년 1학기엔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양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수강생의 태반은 신입생이다. 신입생 가운데 일부는 입시지옥에서 해방된 기쁨을 만끽하기에 여념이 없다. 거의 매주 내야 하는 과제의 제출은 뜸하고 출석도 들쭉날쭉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취업이 워낙 어렵다 보니 이런 학생들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어들었다. 대학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대부분 소진했을 여린 청춘들이 잘 버텨 주는 게 용하기만 하다.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비정상적인 평생학습곡선이다. 우리나라에선 평생학습곡선이 고등학생 시절에 정점을 찍고 이후에 급전직하한다. 대다수 선진국에서 평생학습곡선이 대학생 시절 정점에 도달하고 이후에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평생학습곡선이 이처럼 비정상적인 양상을 보이는 것은 대학 진학에 인생의 명운이 걸려 있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국민 대다수가 세칭 명문대에 진학하는 순간 탄탄한 미래가 보장된다고 믿고 있다. 이 때문에 자녀의 대학 진학은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가족 사업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입시를 치르는 당사자는 눈꺼풀을 짓누르는 졸음과 싸워 가며 응분의 노력을 보여 주어야 한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 학습시간 자체가 급격히 감소한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 공식 통계에도 여실히 투사되어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학생의 일평균 학습시간은 고등학생(8시간28분), 중학생(7시간16분), 초등학생(5시간23분), 대학생(4시간10분) 순으로 많았다. 대학생의 학습시간이 초등학생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 초·중등교육에 비해 고등교육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은 현실을 일정 정도 설명해 줄 수 있는 자료가 아닌가 싶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국민의 학습시간이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학습능력이나 배운 것을 활용하는 능력도 함께 급속히 퇴화한다는 점이다.

OECD가 2013년 실시한 성인 역량 평가(PIACC)에서 문해력 기준으로 한국의 16-24세 집단은 OECD 상위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 역량이 25-34세 집단부터는 OECD 평균을 하회하기 시작해 55세 이상 성인은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런 결과는 우리 국민이 학교교육을 마친 뒤에는 지속적인 학습을 통한 자기계발에 상당히 소홀함을 방증한다.

지금과 같은 평생학습곡선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다양한 기술의 융합에서 비롯되는 사회의 급진적 변화가 불가피하다. 수많은 직업이 사라지게 되는 반면, 전혀 새로운 직업도 상당수 등장할 것이다. 이런 사회에선 불과 2, 3년만 학습을 게을리 해도 도태를 면하기 어렵다.

따라서 끊임없이 직업을 바꿔 가며 살아야 할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선 꾸준한 학습을 통한 자기계발이 필수적이다. 이는 평생학습곡선이 대학 단계에서 정점에 도달하고 하락 속도가 지금보다 훨씬 더 완만해지도록 조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이는 특정 대학에 진학하는 것 자체가 인생의 성패로 직결되는 사회를 뒤로 하고 패자부활이 가능하고 실력에 의해 평가받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모로 보나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기 짝이 없고 더 이상 미뤄선 안 될 과제가 아니겠는가.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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