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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무릎부상’ 딛고 일어선 박상영, 금메달로 보상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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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무릎부상’ 딛고 일어선 박상영, 금메달로 보상 받아

입력
2016.08.1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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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펜싱의 박상영이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3에서 열린 에페 결승전에서 제자 임레(헝가리)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뒤 포효하고 있다.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남자 펜싱의 박상영이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3에서 열린 에페 결승전에서 제자 임레(헝가리)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뒤 포효하고 있다.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올림픽에서 한번도 뛴 적이 없어서 무섭고 설레지만 그래도 목표는 금메달입니다. 못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습니다.”

‘10-14’를 ‘15-14’로 뒤집는 대역전극을 펼치며 한국 펜싱 역사상 첫 에페 종목 금메달을 차지한 박상영(21ㆍ한국체대)이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남긴 당찬 포부였다. 하지만 한국 에페의 간판은 박상영이 아닌 2012년 런던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정진선(32ㆍ화성시청)이었기에 어느 누구도 이 말을 귀담아두지 않았다. 박상영이 허세로까지 느껴졌던 이 말을 실현시키며 최고의 검객들이 모이는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상영은 10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결승전에서 제자 임레(42ㆍ헝가리)를 15-14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3피리어드 중반까지 10-14로 은메달에 머무는 듯 했던 그가 5연속 득점으로 짜릿한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따낸 금메달이다.

박상영은 펜싱 대표팀 막내이자 유일한 대학생이다. 한국 남자 에페 맏형 정승화(35ㆍ부산시청)와는 14세 차이다. 이날 결승에서 맞붙은 제자 임레는 박상영의 나이보다 곱절이나 많다.

경남 진주제일중학교 1학년 때 처음 검을 잡은 박상영은 곧 펜싱의 매력에 푹 빠졌다. 재능에 노력, 흥미까지 삼박자가 갖춰진 그는 금세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 때문에 펜싱을 시작한 이후 2년 동안은 입상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고가의 펜싱 장비를 번번히 구매하기 어려워 선배들로부터 자신에게 맞지 않는 장비를 물려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난도 재능을 묻을 수는 없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전국대회 4관왕을 시작으로 고교 시절 체전 연패와 2관왕, 세계청소년선수권 개인전 금메달 등 대회를 휩쓸다시피 했다.

박상영은 2013년 9월 전북 남원에서 치러진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해 최연소 국가대표에 뽑혔다. 선발전에서 런던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에페 국내 최강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정진선을 상대로도 승리했다. 그리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에페 남자 단체전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번에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올림픽을 앞둔 지난해 3월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대에 오른 박상영은 1년 가까이 검을 잡지 못했다. 재활에 힘을 쓰는 사이에 세계랭킹은 곤두박질쳤고, 다시 피스트로 돌아왔을 때 그의 랭킹은 100위권 아래였다. 슬럼프도 찾아왔다. 경기 감각을 빨리 못 찾아 자신감을 잃었다. 박상영은 “경기 감각을 빨리 못 찾아서 긴장도 많이 했지만 주위에서 ‘자신 있게 하던 대로만 하라’고 조언해 주셔서 점점 극복해냈다”고 말했다.

박상영은 쉬는 시간도 포기하고 훈련에만 매달렸다. 그 결과 세계 랭킹을 21위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2월 캐나다 밴쿠버 국제월드컵대회에서 동메달, 4월에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어린 나이답지 않은 인내와 끈기로 대역전극을 펼치며 한국 펜싱 역사상 처음으로 에페 종목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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