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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You say 패리스, I say 빠리

입력
2017.02.1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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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ening and Speaking-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외국인들은 Seoul을 ‘쎄울’, ‘쏘울’, ‘써울’식으로 발음한다. sole(영혼)과 비슷한 발음이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수도를 잘못 발음하면 듣는 우리가 서운하기도 하다. 고유명사, 특히 지명이나 인명 발음은 음성학만의 얘기가 아니라 사회적 정서를 담는다. 또한 고유명사를 발음하는 것은 미국과 영국 내에서 현지인과 외지인을 구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아들 Bush 대통령은 2003년 이라크(Iraq)를 공격할 때 ‘아이락’이라고 발음했다. 이를 보고 자란 어린이들은 지금도 Iraq를 ‘아이락’인 줄 안다. 미국 사전 Webster는 Iraq를 분명하게 ‘이라-ㅋ’, Iran을 ‘이라-ㄴ’으로 소개한다. 이런 발음 혼란은 미국 내에서도 문제가 됐다. 영어권 사람들의 발음과 현지 원어민의 자국어 발음이 다른 예는 또 있다. 프랑스 수도 Paris는 영어로 ‘패리스’인 반면 원어로는 ‘빠리’다. 미국 방송은 러시아 수도 Moscow를 ‘머스카우’, ‘머스코-‘등 제 각각으로 발음하는데 모두 러시아 본토 발음과는 거리가 있다. Israel의 발음도 현지에서는 ‘이즈라엘’이라 하지만 영어식은 ‘이즈리얼’이다. 영어권에서는 지난 30년 간 중국 베이징의 발음을 놓고 Beijing이냐 Peking이냐 사이에서 혼란이 있었다. 점차 베이징(Beijin)으로 정착했지만 아직도 국제 회의에서는 Peking(페이킹)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발성에 관한 한 아직도 특정 기준이 없다. 독일을 Germany로 부르는 것은 영어식 명칭이고 국제 명칭이다. 현지 원어민의 발음을 살린다면 Deutschland로 불러야 한다.

영어로 spelling을 하는 것에도 정치와 정서가 있다고 말한다. ‘You say tomahto, I say tomayto’라는 유명한 말이 그 예다. 미국 중부의 Missouri주에는 ‘미주리’와 ‘미저러’ 두 가지 발음이 있다. 시의원이나 주 의회 출마 정치인들도 이 발음을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 Truman이나 Obama는 ‘미저라’로 발음했다. 미국 남부지역에서는 ‘미러라’가 많고 일부에서는 ‘미저라’는 발음이 촌스럽다는 인식도 있다. 그러나 이 명칭 자체는 본래 Illinois의 원주민들이 ‘카누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던 말이라서 어차피 영어 단어는 아니다. 현지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미주리’라고 발음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현지에서 상ㆍ하원 의원으로 출마하려는 이들은 주민들의 인심을 얻으려고 의도적으로 ‘미저라’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지명과 인명을 영어로 표기할 때는 현지화(localization)하는 것이 대세다. 홍길동을 영어식으로 표기한다면 Gildong Hong이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세계 언론에서 ‘Hong, Gildong’처럼 한국식으로 표기하는 사례도 증가해왔다. 어떤 고유 명사가 영어로 대중화된 경우 영어식 표기와 발음도 무방하다. 그러나 현지 주민과 대화를 한다면 현지 발음에 충실하게 발성하는 것이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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