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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지·국제감각 겸비해야/차기정부의 경제부총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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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지·국제감각 겸비해야/차기정부의 경제부총리는

입력
1997.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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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약경제 체질바꿀 소신·설득력 필요/“실물경제 밝은 민간인이 적임” 의견도현재의 경제 난국을 헤쳐 나갈 경제정책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경제 상황이 예전보다 훨씬 복잡한 지금 경제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질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개발시대에 A학점을 받았던 경제부총리라도 지금처럼 국내외적으로 급변하고 있는 경제체제하에서는 지도자로서 어울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개방시대의 경제부총리는 무엇보다 개혁의지와 국제감각을 갖추어야 한다. 현재의 허약한 경제 체질로는 세계적 경쟁체제를 견뎌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거의 공통된 지적이다. 따라서 당장은 비판 여론에 부딪치더라도 지속적으로 개혁을 관철할 수 있는 소신과 설득력이 요구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노동정책, 재벌정책 등 기득권층의 반발이 예상되는 부문에서 개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용기와 소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이재웅 교수는 『세계자유시장체제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국제화한 경제지도자』를 요구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정운찬 교수도 『현실에 바탕을 둔 개혁주의자가 필요하다』며 『단순한 경제 효율성보다 더디더라도 모든 부문에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형평성을 중시하며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간 부문에서 경제부총리를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치권 출신은 장기적 비전이 없을 뿐 아니라 권력의 이해관계에 연연하기 쉽고, 직업관료 출신은 조직에 대한 고정관념이 뿌리깊어 개혁 성향이 약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 『실물경제의 변화를 잘 아는 사람이 경제를 책임져야 합니다. 정부조직의 운영에도 경영마인드가 필요한 시대이거든요. 솔직히 관료 출신에게 더 이상 경제 총수 자리를 맡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LG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도 『시장경제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이론에 강한 사람보다 실물경제에 밝은 민간 부문 인사가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총리도 중요하지만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대통령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결국은 대통령이 경제를 책임지는 겁니다. 경제 마인드가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지요. 경제부총리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고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대통령이잖아요』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 와 있고 아직 누가 집권할 지도 분명하지 않은 마당에 차기 경제부총리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능력있고 소신있는 명실상부한 경제부총리가 나와야만 우리 경제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김경화 기자>

◎경제부총리 위에 경제수석?/이경식·홍재형씨 등 박재윤·한이헌씨에 밀려 제대로 힘못써/현 강경식 부총리만 “제목소리는 낸다” 평

경제부총리는 종이호랑이?

나라 경제를 이끄는 두 기둥은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이다. 정책을 수립·추진하고 각 부처를 총괄하는 총책임은 부총리가, 경제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의견을 내각에 전달·조율하는 임무는 경제수석이 맡는다. 그러나 오랫동안 정치논리가 경제논리에 우선한 우리나라에서는 때로 둘의 위상이 뒤바뀌기도 한다. 『이번 정책은 부총리 작품이냐, 청와대 작품이냐』는 뒷말이 자주 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민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였던 이경식 한국은행 총재는 청와대 힘에 떠밀려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 대표적인 예였다.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입성한 박재윤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이 당시에는 「실세」였다. 문민경제정책의 대표적 슬로건인 「신경제」라는 조어도 YS대선 캠프의 경제특보였던 박수석의 작품. 그는 직접 30대 재벌 총수를 만나는 등 단순한 「조율자」가 아님을 숨기지 않았고 「신경제 100일 계획」 「신경제 5개년 계획」 등을 일일이 챙기는 등 막강한 힘을 행사했다. 최고통치권자의 신임이 그만큼 그에게 쏠려 있었다. 이 때문에 박수석이 「모셨던」 이경식, 정재석 경제부총리는 「물부총리」라는 말을 들었다.

홍재형 부총리 시절에도 YS의 「경제과외교사」 출신이던 한이헌 경제수석 쪽에 더 큰 힘이 실렸다.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통합 일세대인 홍부총리가 조화와 통합을 중시, 마찰을 피하려 했기 때문에 한수석의 영향력은 더욱 컸다. 삼성의 승용차 진출이나 재경원 인사 등 관·재계의 로비도 한수석 쪽에 집중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온건파였던 나웅배 부총리 시절에도 청와대 바람은 심했다. 다른 것이 있었다면 구본영 경제수석의 목소리가 작았던 반면, 강경파인 박세일 청와대 사회복지수석 등의 의견이 경제정책에 그대로 반영됐다. 96년 5월의 「기업경영 민주화(투명성 제고) 방안」 등 신재벌정책은 나부총리가 아닌 박수석과 이각범 정책기획수석 등의 작품이라는 설이 지금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

96년 8·8개각으로 입각한 한승수 부총리는 후반기에 청와대와의 불협화음이 두드러졌다. 초기에는 『청와대와 손발이 잘 맞는다』는 평을 들었으나 노동법 파동, 경기침체 등을 거치면서 정·재계에 『김대통령이 경제에 관해 이석채 청와대 경제수석의 말만 듣는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경제난이 가중된 시점에서 나온 「경쟁력 10% 이상 높이기」도 청와대 수석실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수석이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한동안 그에게는 「실세」라는 말이 따라 다녔다.

현재의 강경식 부총리에 대해서는 강경일변도의 정책에 대한 반발이 있는 반면 『이제야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경제부총리가 나왔다』는 평가도 있다. 경제수석실의 바람은 타지 않는다는 평가다.

그러나 강부총리와 현 김인호 청와대경제수석은 「태생적으로」 서로 손발이 맞을 수 밖에 없는 관계. 강부총리가 경제기획원 예산총괄과장 시절 김수석은 기획원 사무관이었고 강부총리가 차관보일 때는 물가총괄과장이었다. 따라서 적어도 김수석이 청와대의 힘을 업고 강부총리의 길을 막는 일은 없으리라는 분석이 자연스럽다. 반면 정권말기 청와대의 수수방관이 강부총리의 강성이미지를 두드러지게 했다는 반론도 있다.<김경화 기자>

◎정·관·재계 퍼진 기획원 인맥/‘엘리트중 엘리트’ 자부심/막강한 힘과 끈끈한 유대/타부처장관 20여명 배출/부처할거주의 등 부작용에 공무원들 ‘공적 1호’꼽기도

지난 6월 이른바 「한은법 파동」 당시 『정부의 중앙은행제도 개편안 발표는 EPB(옛 경제기획원) 3인방의 쿠테타』라는 이야기가 한국은행 직원들 사이에 나돌았다. 강경식 경제부총리, 김인호 청와대 경제수석, 이경식 한은총재 등 경제기획원 기획국 출신 3인이 상호 교감하에 개편안을 밀어 붙였다는 것. 공교롭게도 발표된 개편안 내용도 재경원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어 이총재는 한국은행 47년 사상 최초로 부하직원들로부터 「한국은행을 팔아 넘긴 장본인」이라는 공개 비난을 받는 등 시련을 겪어야 했다.

「쿠데타」 소문의 진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이런 시각이 별로 이상스럽지 않을 만큼 옛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에서 재경원으로 이어지는 경제 엘리트들의 파워와 유대가 공고한 것만은 사실이다.

이들은 「경제기적을 이끈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강한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으며 경제부처뿐 아니라 다른 부처에도 두터운 인맥을 이루어 왔다.

우선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다른 부처 장관을 지낸 인물이 20명을 훨씬 넘는다. 현 내각에서도 강부총리를 비롯해 강봉균 정보통신, 이기호 노동, 조정제 해양수산 등 주요 장관직을 경제기획원 출신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김인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강부총리의 차관보 시절 강부총리의 개방·개혁·안정론의 크게 영향을 받은 이른바 「강경식 사단」의 핵심 멤버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기획원 출신 인사들의 인맥은 관계에만 있는게 아니다. 경제기획원 출신 현직 국회의원이 10여명이고 정부 산하기관과 금융계, 재계 등에 몸담고 있는 인사는 정확한 숫자 파악이 힘들만큼 많다. 부총리급만도 신현확 한일협력위원회 회장, 남덕우 산학협동재단 이사장, 김준성 이수화학 회장, 김만제 포철 회장 등이 아직까지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정·관·재계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경제기획원 인맥은 실물경제전문가가 희소한 우리 실정에서 경제기획원이 거의 유일하게 「인재양성기관」 역할을 맡아야 했던 지난 역사의 산물일 수 있다. 그러나 막강한 힘과 끈끈한 유대관계가 지나쳐 때로 정경유착의 의혹과 부처 할거주의의 심각한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얼마전 「바람직한 정부를 연구하는 모임(대표 서울대 김광웅 교수)」에서 현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공무원들이 재경원을 총무처와 함께 「공적 1호」로 꼽았다. 한 응답자는 『재경원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재경원 공무원 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제부총리들의 잘못이 부총리 개인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황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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