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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美 전략자산, 북한 모르게 순환배치해야 위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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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美 전략자산, 북한 모르게 순환배치해야 위력적”

입력
2017.11.03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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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자산의 핵심가치는 융통성

고정시키면 北 표적될 수 있어

언제 투입될지 모르는 부담줘야

한미 안보협의회 결과는 긍정적

‘북핵의 평화적 해결’ 공감 성과

‘전작권 조속 전환’ 조건 추상적

연합작전 개념 미래司 편성부터

인구절벽까지 시간 얼마 안남아

병력감축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

노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원장이 1일 서울 청량리동 국방연구원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취임 후 첫 인터뷰를 갖고 한반도 정세와 주요 안보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노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원장이 1일 서울 청량리동 국방연구원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취임 후 첫 인터뷰를 갖고 한반도 정세와 주요 안보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노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원장은 1일 “미국 전략자산의 힘은 융통성에서 나온다”며 “한반도에 고정된 상시배치나 정례배치가 아니라 언제 투입될지 북한이 예측하지 못하도록 순환배치 하는 게 더 위력적”이라고 밝혔다.

노 원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결과에 대해 “90점 정도는 줄 수 있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군 복무기간 단축에 대해서는 “인구절벽으로 생산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만큼 젊은이들이 군에 헌신 봉사할 수 있도록 여건이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982년 국내 안보분야 싱크탱크인 KIDA에 입사해 기획조정부장, 부원장 등을 지낸 노 원장은 군사혁신과 국방개혁 등 우리 군의 핵심과제에 정통한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다. 예비역 장성들의 전유물이던 KIDA 원장에 이례적으로 내부 출신 민간인이 기용되면서 올해 창설 38년을 맞은 KIDA의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_지난주 열린 한미 SCM을 평가한다면.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공고함을 재차 확인한 자리였다. 북한의 도발과 핵 위협에 맞서 강력한 대응태세를 유지하고, 힘으로 북한의 행동을 포기시킨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또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데 한미가 공감한 점도 성과다.”

_미 전략자산의 순환배치를 확대한다고 합의했지만, 우리가 원하던 상시배치는 아니다.

“전략자산의 핵심은 융통성이다. 그걸 고정시키면 전략자산이라고 할 수 없다. 또 상시배치 하면 북한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비용 문제도 상당하다. 전략자산은 고정보다는 순환해서 배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투입 빈도와 강도를 최근처럼 계속 강화해가는 게 현실적으로 최적의 합의다. 순환배치 해야 북한에게 언제 올지 모르는 부담을 줄 수 있다. 투입 시점이나 위치를 고정시키면 전략자산으로서 가치가 떨어진다.”

_전시작전통제권을 ‘조속히’ 전환한다지만, 여전히 시점은 불투명하다.

“조건에 기초해 전작권을 전환한다는 기존 합의를 흔드는 건 현재의 안보상황에 쉽지 않다. 다만 그 조건을 얼마만큼 빨리 충족시키느냐가 관건이다. 3가지 조건이라는 게 너무 추상적이다. 한미가 조건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마련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단순히 리스트를 만드는 건 아니다. 전작권 전환에 대한 양국의 인식 차를 없게 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게 한미 연합사를 대신할 미래사령부 편성이다. 큰 틀은 돼 있지만 한미간 참모 편성과 하위 제대를 어떻게 구성할지는 매우 복잡한 작업이다.”

_미래사는 한국군이 사령관, 미군이 부사령관을 맡는다. 미군이 타국군의 지휘를 받은 적이 있나.

“문제가 된다면 사령관이 부사령관을 단순히 지휘하는 게 아니라 각각 다른 역할을 분담해 해결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전작권 전환의 의미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한국과 미국의 군대를 병렬적으로 합치는 것이 아니라, 연합작전이라는 개념에 따라 가장 효율성이 높은 방식으로 양국군을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

_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은 가능한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원자력 추진 잠수함으로 대응하는 것이 군사적으로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매우 효과적인 수단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우리가 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걸림돌이 많다. 많은 예산이 들고, 잠수함용 원자로를 설계하고 건조하는데도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 기술 확보 노력과 더불어 미 정부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_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의 종착점은 어디인가.

“북한은 핵을 탑재한 미사일로 미 본토를 위협하는 능력과 체제의 생존을 같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거기까지 가려고 할 것이다. 다만 대북 제재가 얼마나 효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좌절될 수도 있고, 그 기간이 늘거나 줄어들 수도 있다. 또 북한이 압박을 많이 느끼면 잠시 쉬었다 갈 수도 있다. 물밑에서 북미간 접촉이 이뤄지는 것도 그런 과정으로 보인다.”

_북한이 비핵화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그래서 ‘쌍중단’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북한이 이미 핵을 가진 상태에서 개발을 동결하고, 우리는 한미 연합연습을 중단한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 북한은 국제법 위반이고, 우리는 정당한 훈련이다. 이걸 맞바꾸면 등가성에도 맞지 않는다.”

_국방개혁에 병력감축이 왜 중요한가.

“무기나 장비 등 다른 부분은 조절할 수 있지만, 인구절벽은 도리가 없다. 2020~21년이 되면 병역자원이 급격히 줄어든다. 당연히 우리 군의 크기를 줄여야 한다. 예전에는 ‘왜 줄여야 하나’고 물었지만, 지금은 구조적으로 반드시 그래야 하는 상황이다. 인구절벽까지 준비하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_병사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면 문제는 없나.

“군은 국민과 같이 가야 한다. 일본만 봐도 취업난이 심각했지만, 인구절벽을 거치면서 골라서 취업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경제는 생산인구가 중요하다. 복무기간 단축을 반대하며 군만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3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환복무와 대체복무 인원을 군으로 최대한 흡수하면서, 현역 군인의 임무를 군무원으로 돌리고, 유급지원병 제도를 개선해 다양한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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