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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사관은 불법 외화벌이 전초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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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사관은 불법 외화벌이 전초기지

입력
2017.10.0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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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김정남 사망 사건 당시 폐쇄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7년 3월 김정남 사망 사건 당시 폐쇄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국제제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세계 각지에 기업을 세워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 강도 높은 제재에 막힌 지난해에도 북한의 무역 규모는 65억달러에 이르렀다. 전세계 40여개국에 퍼져 있는 북한 해외 주재 대사관이 불법적으로 이들 외화벌이에 개입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북한 정부가 대사관을 통해 직접 해외에서 벌이는 사업은 다양하다. 자국민을 신뢰하지 않는 독재자에게 경호원을 붙여 주고, 세계 각국의 노동현장에 노동자를 파견해 이들이 벌어들이는 돈의 일부를 국유회사에 납부하게 한다. 또 시리아처럼 국제적으로 고립된 정권에 탄도탄미사일 등 무기를 수출하는 일도 대사관 직원의 몫이다.

심지어 외교관이 직접 개입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의 3등 서기관은 해금강무역회사라는 기업에도 적을 뒀는데, 이 기업은 지대공 미사일과 레이더 기술을 모잠비크에 판매했다. 해금강은 기계장치도 판매했는데 중국 인터넷 홍보물에 표기된 주소지는 베이징 북한 대사관으로 돼 있었다.

북한 외교관이 해외에서 사업가 역할도 한다는 사실은 1976년 노르웨이에서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 해 노르웨이 경찰은 오슬로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 전원이 증류주 1만병과 담배 10만갑 등을 수입해 판매하는 데 개입했다는 사실을 적발했다.

현재도 북한 대사관은 전세계에서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불가리아 소피아에 있는 전 북한 대사가 거주하던 공관은 ‘테라 레지던스’라 불리며, 손님들에게 불꽃놀이를 포함한 파티 장소로 대여되고 있다. 인도 델리에서는 북한 대사관의 뒷문을 두드리면 대사관 지하 도살장에서 나오는 소고기를 구할 수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NYT에 따르면 독일 등 몇몇 국가는 북한 대사관이 운영하는 사업체의 운영을 종료시키는 데 성공했으나 불가리아는 지속적인 항의에도 북한이 공관에 대놓고 사업체를 운영하는 행태를 막지 못하고 있다. 북한 외교관들이 “소피아 외교시설은 북한의 외교적 목적을 위해서만 이용하고 있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면상 공관을 대여하고 있는 업체 ‘테라’의 아넬리아 바클로바 대변인은 NYT에 보낸 이메일에 “테라는 북한 외교시설을 장기임대하고 있으나 유엔 제재가 발효되면서 임대료 납부를 중단했다”며 “해당 시설에 막대한 재건축 및 내부 개장 비용을 썼기 때문에 사업을 중단할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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