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고생 많았던 탐지견들, 새 보금자리 찾아요

입력
2017.06.27 15:36
0 0

[가족이되어주세요] 특별판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 은퇴견 등 13마리

관세청, 다음달 2일까지 이메일 통해 접수

6년간 탐지견으로 활동했던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 투터(열 살·수컷)는 2015년 2월 은퇴했지만 여전히 인천 중구 탐지견 훈련센터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투터는 2009년부터 인천공항 여객청사와 화물청사에서 대마, 필로폰 등 25건, 41억원 상당의 마약류를 적발한 베테랑으로 탐지견 ‘체이스’의 유전자를 복제한 복제견입니다. 투터는 지난 해 탐지견의 이야기를 다룬 ‘가족을 기다리는 은퇴 탐지견 투터 이야기’(본보 2016년 11월 5일자 20면)의 주인공이기도 해요. 관세청은 그 동안 고생한 투터가 반려견으로 사랑 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지난 해에도 새 가족을 찾는다는 공고를 냈지만 지금까지 입양 가족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나이가 어린 탈락견들은 그나마 입양처를 찾기 쉽지만 투터처럼 나이가 든 은퇴견들은 선뜻 입양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인데요. 이곳에서도 탐지요원들과 관계자들로부터 사랑 받으며 살고 있지만 사람과 교감하며 일반 가정에서 행복한 여생을 보내기를 바라는 게 관계자들의 마음입니다.

▶기사보기: 가족을 기다리는 은퇴 탐지견 투터 이야기

투터처럼 현업에서 물러난 은퇴 탐지견과 탈락견 17마리가 오는 7월 2일까지 새 가족을 찾고 있습니다. 관세청은 지난 해까지만 해도 마리당 최고 90만원의 값을 매겨 매각 공고를 냈는데요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는 데다 평생을 사람을 위해 헌신해왔는데 물건처럼 가격을 매기는 것에 대한 지적이 일자 올해부터는 아예 무상 분양으로 바꿨다고 합니다.

17마리 가운데 투터처럼 지난 해 입양이 되지 않아 올해 재출전한 은퇴 탐지견들은 총 8마리 입니다. 대구 세관, 인천 세관에서 활동하다 은퇴한 건(아홉 살, 수컷)이와 겨레(아홉 살, 수컷)도 투터의 사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인천 세관과 김포공항 세관을 누비며 상당한 마약류를 탐지해 낸 누리(여덟 살, 수컷)와 나슬(여덟 살, 수컷), 투먼(열 살, 수컷)도 이번에 가족 찾기에 나섰고요, 폭발물 탐지견으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다 2015년 은퇴를 했한 늘비(여덟 살, 암컷)와 센터 부견으로도 활약한 믿음(일곱 살, 수컷)이도 이번 분양 공고 리스트에 올라왔습니다.

나이가 많지 않거나 일찍 탈락한 개들은 상대적으로 입양 경쟁이 높습니다. 특히 자두(다섯 살, 암컷)는 인천세관과 광주세관에서 근무하다 올해 은퇴했는데요 큰 눈에 건강한 몸매로 탐지견센터 최고 미견으로 꼽히고 있어요. 훈련에는 탈락했지만 늠름하고 건강해 반려견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 탄(네 살, 수컷)이와 탐라(네 살, 수컷), 하얀(두 살, 암컷)이와 하니(두 살, 암컷), 환희(두 살, 수컷), 벤츠(한 살, 수컷), 배스(한 살, 암컷), 벨(한 살, 암컷)이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은퇴 탐지견과 탈락견들을 아무나 입양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입양을 위해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요, 반려견이나 훈련용 목적으로만 데려갈 수 있고, 개들을 잘 돌볼 수 있는지 서류심사와 현장 실사 등을 거쳐 최종 선정됩니다. 이 과정에서 떨어지는 입양 후보자들도 꽤 있다고 합니다. 또 관세청의 정기적인 관리실태 점검에 적극 협조해야 하고 인수한 개를 제3자에게 양도, 도난, 분실했거나 폐사(자연사)했을 경우 증빙서류(사진, 사망진단서 등)를 첨부해 탐지견훈련센터에 반드시 알려야 합니다.

은퇴한 탐지견들은 사회화가 잘 되어 있어 사람을 물거나 공격적이지는 않지만 앉아, 기다려 등 복종훈련은 되어 있지 않습니다. 폭발물이나 마약류 탐지 훈련만 받았을 뿐 여기에 복종훈련은 필요 없었기 때문이에요. 매우 활발하고 역동적이기 때문에 많은 운동량이 필요하고, 짖을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더욱이 개들은 최소 1m 담장은 쉽게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며 순간적으로 줄을 당기는 힘이 강하므로 숙련된 성인이 아니면 통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합니다.

관세청 측은 “은퇴, 탈락견들을 분양하는 것은 데리고 있기 힘들어서가 아니라 일생 국가를 위해서 헌신한 개들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고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좋은 가족을 만나 잘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한규민 디자이너 szeehgm@hankookilbo.com

▶문의: 관세국경관리연수원 홈페이지 https://ctc.customs.go.kr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