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

등록 : 2017.08.23 17:09
수정 : 2017.08.24 17:09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만든 인물, 로저 스톤은 누구

넷플릭스 다큐로 보는 ‘트럼프의 미국’ <상>킹메이커 로저 스톤

등록 : 2017.08.23 17:09
수정 : 2017.08.24 17:0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랜 조언자였던 로저 스톤이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 중 트럼프 이름을 새겨 놓은 티셔츠를 들고 있다. IM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을 지금도 수수께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는 지난해 대선 당시 황당하고 과격한 극우 노선과 전략을 내세웠다. 그는 “멕시코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한 장벽을 건설하겠다”라는 발언으로 갈등을 조장하고 자신을 비판하는 CNN 등을 ‘가짜뉴스’라고 몰아붙이며 언론과 최악의 관계를 만들었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는 대선에서 승리하며 민주당은 물론 기존 공화당까지 놀라게 만들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모두의 궁금증에 해답을 줄 만한 다큐멘터리 한 편이 얼마전 공개됐다.

지난 6월 넷플릭스가 ‘킹메이커 로저스톤(Get Me Roger Stone)’이라는 오리지널 다큐멘터리한 편을 공개했다. 이 다큐는 워싱턴 흑막정치의 전설인 정치 컨설턴트 로저 스톤(65)의 40년 정치 인생을 다뤘다. 로저 스톤은 30년간 트럼프에게 조언하며 선거 운동 기간 막후에서 막강한 실력을 발휘한 인물이다.

닉슨의 지지자, ‘워터게이트’로 정치 인생 시작

스톤은 워싱턴 정계의 흑막에서 일을 꾸민 ‘진정한 내부자’로 평가 받는다. 그는 40여년의 정치 인생 가운데 한번도 공직이나 선출직 경험이 없으나 수많은 정치인들을 주목 받게 만들거나 파멸시켰다.

정치 컨설턴트 로저 스톤이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유세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IMDb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스톤은 대학생이던 1972년, 닉슨 재선 캠페인 중앙본부에서 일하며 정치계에 발을 디뎠다. 그 해 터진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그는 100달러의 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관련자들 중 가장 마지막 줄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나이 불과 19세였다. 그는 “부모님이 그 사건으로 모멸감을 느꼈지만 나는 ‘워터게이트 관련자’가 된 것이 꽤 멋지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완전한 무명보다 악명이 낫다’는 그의 오랜 철학은 이때부터 싹이 텄다.

네거티브 TV광고, 로비회사… 부패한 정치를 주류로 끌어오다

이후 스톤은 미국 정치판에 공격적인 흑색 선전과 책략, 배금주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워터게이트의 여파로 정치자금 모금이 어려워지자 스톤은 친구 테리 돌란과 함께 전미보수정치활동위원회(National 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mmittee ∙NCPAC)를 세워 후원금을 모으고 정적들을 신랄하게 공격하는 텔레비전 광고를 시작했다. 2010년대 들어 정치활동위훤회(PACㆍ팩)는 무제한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는 ‘슈퍼팩’으로 진화해 미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됐다. 뿐만 아니라 스톤은 25세 나이로 청년 공화당원 의장으로 선출돼 과거보다 더 강한 색채를 띤 신 우익 세력을 대변하게 됐다.

정치 컨설턴트 로저 스톤이 상의를 벗어 자신의 등에 새겨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얼굴 문신을 보여주고 있다. IMDb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스톤은 폴 매너포트와 함께 정치적 자문을 제공하는 블랙, 매너포트&스톤이라는 회사를 차린다. 당시 미 정계에서는 공직에 선출된 사람에게 로비를 하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불쾌한 일로 여겼는데 블랙, 매너포트&스톤은 로비활동을 사업화하면서 워싱턴 최대의 로비회사가 됐다. 이들은 제3세계 독재자들도 거리낌없이 고객으로 받아 워싱턴의 정치인들과 연결시켜주고 이익을 챙겼다.

1987년부터 ‘트럼프 대통령’ 꿈꿔

스톤이 뉴욕에서 가장 성공한 부동산 개발업자인 도널드 트럼프를 만난 것은 1980년대 중후반이었다. 트럼프 역시 블랙, 매너포트&스톤의 고객이었다. 트럼프가 대중을 사로잡고 언론과 정치인을 다룰 줄 안다는 것을 일찍 눈치 챈 스톤은 1987년부터 트럼프에게 대통령 선거 출마를 독려했다. 이후 트럼프는 지속해서 공화당의 개혁을 요구하고 수차례 대선출마 분위기를 풍기며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를 워싱턴이 경계하는 정치적 인물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스톤이다. 그는 트럼프가 지난해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출생증명서를 문제 삼도록 했고 ‘클린턴 부부의 여성들과 전쟁’를 집필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성범죄자로 몰아갔다. 스톤은 트럼프의 대선 운동 당시 공식 직함이 없었지만 가장 중요한 조언자였다. 또 그의 측근인 매너포트를 트럼프의 선거대책위원장 자리에 앉혀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기간 중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내용의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정치 컨설턴트 로저스톤(오른쪽)이 극우 대안매체 '인포워스 닷컴'의 창립자 알렉스 존스(왼쪽)와 함께 길을 걷고 있다. IMDb

대선땐 전통미디어 대신 알트라이트 매체들 적극 활용도

스톤은 스티브 배넌의 브레이브 바트 뉴스, 알렉스 존슨의 인포워스 닷컴 등 신 우익(알트라이트)의 이념을 대변하는 대안 미디어들을 적극 활용했다. 그는 CNN에 출연금지를 당하자 극우 매체 방송에 거의 매일 나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진영을 공격했다. 스톤은 다큐멘터리에서 “트럼프가 패배해도 내가 이기는 것”이라며 “나의 정치 브랜드가 이제야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CNN, MSNBC는 이제 비주류이고 알트라이트 정보통신, 우리가 주류”라고 말했다.

현재 그는 트럼프 정권의 곤혹스러운 난제인 러시아 게이트의 주요 관련인 중 하나다. 스톤은 지난해 8월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해킹했던 주범으로 간주되는 해커 구시퍼 2.0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1972년 ‘최연소 워터게이트 관련자’로 이름을 알린 후 45년만에 또다른 게이트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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