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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남자간호사에 대한 편견

입력
2017.12.18 15:5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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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하면 으레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을 떠올린다. 실제 간호사는 여성 이미지가 강한 대표적 직종이다. 그런데 최근 직업에 대한 남녀 구별이 사라지고 청년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남자간호사가 크게 늘고 있다. 올해 간호사 국가시험에서 남자 합격률은 사상 처음 10%를 넘었다. 그래도 아직은 간호사 100명 중 3명 꼴에 불과하다. 소수인 탓에 남자간호사에 대한 편견도 존재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간호사 하면 으레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을 떠올린다. 실제 간호사는 여성 이미지가 강한 대표적 직종이다. 그런데 최근 직업에 대한 남녀 구별이 사라지고 청년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남자간호사가 크게 늘고 있다. 올해 간호사 국가시험에서 남자 합격률은 사상 처음 10%를 넘었다. 그래도 아직은 간호사 100명 중 3명 꼴에 불과하다. 소수인 탓에 남자간호사에 대한 편견도 존재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부친에게 의예과에 지망했다고 속이고 간호학과에 지망했다가 한때 노여움을 샀다. 남성 불모지대에서 열심히 익히겠다.” 1977년 남학생으로는 처음 서울대 간호학과에 입학한 윤철수씨의 다짐이다. 서울대는 윤씨에게 유학 등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는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위생병으로 복무하던 중 대입시험을 다시 치러 사립대 의대에 진학했다. “‘남자가 무슨 간호사를…’ 하고 혀를 차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난 전혀 여성스럽지 않은 사람인데, 자꾸 그쪽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도 부담스러웠다.”

▦ 한국 남자간호사 1호는 간호원양성소를 나와 1962년 면허를 받은 조상문(80)씨. 61년까지 22명의 남자간호사가 양성됐으나 당시에는 여자만 면허를 받을 수 있었다. 남녀 차별이라는 비난에 문호가 개방됐다. 현재 남자간호사는 1만2,676명. 전체 간호사 면허 취득자의 3% 정도다. 올해 간호사 국가시험에서 남자 합격자가 처음 10%를 넘었고 간호대 남학생 비율도 15%를 웃돌아 남자간호사는 급증할 전망이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산업 확대, 취업난, 직업 선택의 성차별 붕괴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 남자간호사는 상대적으로 힘이 드는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정신병동에 주로 배치된다. 몸이 마비된 환자를 휠체어에 태우거나 침대에 눕히는 건 중노동이다. 비뇨기과 등 여자간호사를 꺼리는 분야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최근에는 신생아실이나 일반 병동에도 남자간호사가 종종 눈에 띈다. 소수라서 겪는 편견과 어려움은 있다. 민감한 신체 부위를 다룰 때 여자 환자들이 기피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여자간호사로 바꿔 달라”고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내는 환자도 있다. 남자간호사를 위한 탈의실 휴게실 등 편의시설도 부족하다.

▦ 최근 10년간 여성이 지배하던 영역에서 남성 비중이 가장 크게 늘어난 게 간호 업무다. 미국은 남성간호사 비중이 13%에 달한다. 간호사가 여성 직업이라는 인식조차 희미해졌다. 간호사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직업이다. 간호사 근무환경이 열악할수록 환자 사망률이 올라간다. 군과 검찰, 중장비 운전, 메이크업, 요리 등 모든 영역에서 성차별이 사라지고 있다. 여검사, 여의사라는 단어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검사, 의사일 뿐이다. 간호사도 마찬가지다. 남녀 구별 없이 생명을 다루는 전문직으로 대해야 한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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