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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본예산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일자리 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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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본예산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일자리 추경’?

입력
2018.02.24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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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작업에 매달려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올해 초 사석에서 만난 한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한 말이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2018년 본예산(428조9,000억원)이 통과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때여서 웃고 넘겼다. 그러나 불길한 예감은 늘 맞는 법.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3일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준비 중”이라며 “추경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각 부처에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한지 한 달 만에 경제부처 수장이 ‘추경’이란 답안지를 제출한 셈이다.

김 부총리의 절박함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지난달 실업자 수는 총 102만명으로, 1월 기준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9%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최저임금 인상, 한국GM 사태까지 맞물리며 일자리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반면 세수는 호황이다. 지난해 예산에서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은 11조원도 넘는다. 올해도 세수는 20조원 이상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잉여금과 초과세수로도 빚(국채) 한 푼 내지 않고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 최대 20조원 규모의 추경을 점치는 이유다.

하지만 추경은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먼저 시기의 문제. 이번 추경은 새해가 시작된 지 두 달도 안 된 시점에 제기됐다. 올해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도 80여일밖에 안 된다. 본예산을 써 보지도 않고, 본예산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추경을 이야기하는 건 성급해도 도가 너무 심하다. 급작스런 경기 변동 등 불가항력적인 특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추경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실제로 역대 조기 추경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8,000억원)과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29조4,00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본예산 통과 후 대량실업 등 ‘메가톤급’ 변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청년실업 등 일자리 문제는 정부가 올해 예산편성 작업을 진행할 때도 ‘상수’였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수개월 논의를 거쳐 자신들 손으로 통과시킨 예산안을 몇 달 만에 스스로 뒤집겠다는 것”이라며 “청년실업 등이 문제였다면 애초에 본예산 지출 규모를 키우면 됐다”고 비판했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 노력 없이 나랏돈으로 쉽게 성장을 ‘구입’하겠다는 태도도 거슬린다. 정부는 지난해 7월 11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공무원 증원 등)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 규모도 전년 대비 7.1% 늘어난 ‘슈퍼예산’으로 편성했다. 그것도 모자라 추경까지 하겠다는 이야기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정부는 국민이 불편해하는 구조개혁도 해야 하는 법”이라며 “노동시장 개혁, 한계기업 구조조정 등은 언제 할지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벌써부터 이번 추경에 대해 “6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포퓰리즘 추경”이라는 비판하고 나섰다. 자칭 타칭 ‘예산 전문가’인 김 부총리가 이 같은 ‘정치 추경’ 비판에 어떻게 답할지 궁금하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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