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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막장 MBC

입력
2015.01.2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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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포털 인기검색어 상위권에 낯선 이름 석자가 종일 오르내렸다. 전날 MBC가 해고한 4년차 예능PD 권성민. 그는 지난해 세월호 관련 자사 보도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뒤 경인지사 수원총국으로 전보됐다. 이후 블로그에 ‘예능국 이야기’란 만화(그림)를 연재해 왔는데, 비제작부서로 쫓겨난 처지를 ‘유배’로 표현한 것 등이 괘씸죄에 걸렸다. 어찌나 얼토당토않은지 ‘창조해고’란 비아냥이 나오는 마당에, MBC는 도리어 “해사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다.

▦ 2012년 공정방송 회복을 내건 노조의 장기파업 이후 MBC에선 해고와 징계, 보복성 전보가 횡행했다. 대선 당시 여론을 의식해 해고언론인 문제에 반짝 관심을 보였던 박근혜 정부가 오불관언으로 돌아선 뒤 사정은 더 나빠졌다.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 등 해고자들은 해고무효 소송 1ㆍ2심에서 승소하고도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했고, 경영진에 조금이라도 밉보인 이들에게는 줄줄이 징계 등 보복이 떨어졌다. 도를 넘은 사측의 전횡을 “망나니 칼춤”이라고 비판한 노조 성명의 원색적 표현이 과하게 들리지 않는다.

▦ 권 PD에 대한 부당 징계ㆍ전보에 이은 해고 조치는 언론사의 존재 이유인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거슬렀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국민적 공분을 산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한 지난해 글도 ‘엠병신’(네티즌 등이 MBC를 비하해 이르는 말)이란 표현이 좀 과했을지 몰라도 중징계를 받을 사안이 아니다. 부당 전보를 ‘유배’에 비유하고 MBC를 망친 전 사장의 발언을 비꼰 것이 해고 대상이라면,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하고 진실규명의 목소리를 외면해 온 공영방송에는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 내부 비판의 목소리에 가혹하고도 치졸한 방식으로 재갈을 물리는 조직이 버젓이 공영방송이나 언론사 행세를 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같은 이유로 언론계가 이번 사건을 MBC 내부의 문제로 치부하고 눈 감아서는 안 된다. 한국방송인총연합회는 22일 MBC 규탄 성명에 풍자만평 때문에 테러를 당한 프랑스 ‘샤를리 에브도’ 사건을 언급하면서 “우리가 권성민이다”라고 썼다. 기자도 작은 목소리나마 보태고 싶다. “내가 권성민이다.”

이희정 논설위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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